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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르파티 : 나도 작가다/단편소설

사랑하면 안 되니(8)

by 훈 작가 2024. 1. 15.

 

본 이미지는 인터넷에서 내려 받았음

 

가출

 

    학교 선생님과 상의해 인근 경찰서에 가출 신고를 했다. 같은 반 학생들과 방과 후 학교 주변 피시방부터 갈 만한 곳은 다 찾아봤다. 학교를 중심으로 수현이 컬러사진과 신체적 특징이 인쇄된 전단도 만들어 돌리고, 어릴 때 외할머니 품에서 자라다시피 한 애라 외갓집에 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해운대 집에 전화도 해 보았다. 친정엄마는 네 아버지 아시면 화낼 게 분명하니 얼른 전화를 끊으라 했다. 하지만 친정엄마는 어찌 된 일이냐고 다시 큰딸에게 전화했다. 
   윤민수도 아들을 믿고 기다려 보자고 했다. 그녀는 마음을 일찍 열었어야 했다고 대답했다. 엄마를 닮았으면 절대 나쁜 일은 저지르지 않을 것이라 위로하자 차은희는 윤민수에게 자신을 버리면 안 된다고 울먹였다. 윤민수가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 말한 후 차은희를 다독인 후 전화를 끊었다. 
   또 하룻밤이 저물었다. 경찰은 도대체 무엇을 하는지 모르겠다. 애 하나 찾는 게 뭐가 그리 어려운 일인가. 찾기나 하긴 하는 건가. 아니면 찾는 척만 하면서 세금만 축내는 건가. 그녀가 담당 경찰에 전화하면 나름대로 관할구역을 돌며 탐문 수사를 하고 있으니 기다려 보자는 말만 녹음기처럼 되풀이했다. 
   벌써 7일째다. 하루하루가 지옥 같다. 금방이라도 현관문을 열고 아들이 들어올 것만 같은데 적막감만 맴도는 아파트다. 달빛 없는 밤 사막 한가운데 길을 잃고 홀로 선 것처럼 절망의 늪으로 빠져드는 느낌이 든다. 차은희는 울먹였다. ‘수현아! 어디서 어떻게 지내고 있는 거야. 제발 돌아와. 엄마 미칠 것만 같아.’ 
   30년 산 Balvenie를 꺼냈다. 힘들고 외로울 때마다 아들이 몰래 늦은 밤 마음 달래며 한 잔씩 마시던 술이다. 위스키 잔에 얼음을 세 조각을 넣어 술을 따랐다. 한 모금 넘기니 위스키 특유의 엿기름 향이 입안에 퍼지면서 식도를 타고 내려가자 금방 술기운이 확 오른다. ‘아, 하늘도 무심하지, 내 인생이 뭐가 잘못된 걸까.’
   얼마 동안 식탁에 엎드려 잠이 든 것 같은데 핸드폰 소리가 몇 번 들리는 것 같더니 끊어졌다. 그 소리에 차은희가 눈을 떴다. 다시 핸드폰 소리가 났다. 두리번거리며 찾아보니 아일랜드 식탁 위였다. 발신자 표시가 없는 전화번호다. ‘누구지?’ 하며 받았다.
“여보세요.”       
“밤늦게 죄송한데요. 수현이 학원 친구 서혜진이라고 합니다.”
   앳된 여자아이 목소리였다.
“학원 친구요?”
“네. 오디션 학원에 같이 다니거든요.” 
“우리 수현이 어디 있는지 아세요?”
“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지금 어~어디 있죠?”
“합숙소에 있어요.”
“합숙소요?”
“얼마 전에 수현이가 S 엔터테인먼트 아이돌 오디션에 합격했거든요.”
“그걸 어떻게 알고 있죠.”
“저랑 같이 봤는데 수현이는 붙고 저는 떨어졌든요” 
“아~아, 그래요.”
“그때 수현이가 그랬어요. 자퇴하고 합숙소에 들어간다고.”
“….”
   ‘자퇴’라는 말에 수현이 담임선생님이 떠올랐다.
“그런데 오늘 오후 경찰들이 오디션 학원 근처에서 수현이 사진을 보여주며 찾더라고요. 무서워서 일단 모른다고 하고, 수현이한테 찾아가 무슨 일 있냐고 물어봤더니 집을 나왔다면서 합숙소에서 지낼 거래요”
“….”
“엄마가 많이 걱정할 텐데 했더니, 가만있다가 그냥 저한테 전화만 해달라고 해서 하는 거예요.”
“고마워요. 수현 학생.”
“그럼, 안녕히 계세요.” 
“….”
“자~자, 잠깐 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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