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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르파티 : 나도 작가다/단편소설

사랑하면 안 되니(7)

by 훈 작가 2024. 1. 14.

 

본 이미지는 인터넷에서 내려 받았음

 

뜬 눈으로 밤을 새우다

 

   새벽까지 뒤척이다 잠깐 잔 것 같은데 핸드폰 알람이 울렸다. 무거운 몸을 추스르며 침대에서 빠져나왔다. 설거지하기 전 전기밥솥 스위치부터 누른 후 아들 방문을 살짝 열어 보았다. 이불을 뒤집어쓴 채 자고 있다. 아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다시 문을 닫고 주방에 와 설거지를 한 후 커피포트에 물을 부어 코드를 꽂았다. 부글부글 물 끓는 소리가 적막한 공간을 울려댄다. 
   원두커피 한 잔을 내려받아 식탁 한쪽 의자에 앉았다. 짙은 커피 향을 차은희의 영혼을 어루만지듯 코로 들어왔다. 지난날 치열하게 살아온 덕에 사회생활은 승자였다. 하지만 사랑만은 아니다. 이번만은 패자로 남고 싶지 않다. 아들 문제만 해결하면 된다. 어떻게 설득해야 오해가 풀릴까. 마음만 답답하다.
   그때 수현이가 일어나 거실 샤워실로 들어갔다. 그녀가 냉장고에서 밑반찬을 꺼내 식탁에 놓은 다음 아들이 좋아하는 LA갈비를 오븐에 데웠다. 전기밥솥을 열고 밥을 푼 다음 국과 같이 놓고 마지막으로 탕수육을 꺼내 놓았다.     
   세면을 마친 아들이 식탁으로 바로 오지 않고 방으로 들어갔다. 잠시 뒤 교복으로 갈아입고 아들이 가방을 들고 나왔다. 식탁으로 올 줄 알았던 녀석이 바로 현관문을 열고 나간다. ‘수현아! 밥 먹고 가야지.’ 하며 따라 나갔다. 엄마를 쳐다보지도 않고 ‘됐거든.’ 한 마디만 남기고 엘리베이터 안으로 아들이 사라졌다.

   월요일 아침. 출근해서도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부서장 회의를 주재하고 한 주간 업무를 대충 챙겼다. 회의를 마치고 상무실로 들어와 미결사항을 하나하나 확인한 후 잠시 눈을 감았다. 오전 내내 알 수 없는 불안과 초조가 차은희를 괴롭혔다. 수현이가 꼭 뭔가 사고를 칠 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그께 노크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김 부장이었다.
“상무님! 식사하러 가시죠?”
“먼저들 하세요. 속이 좀 안 좋아서.” 
   책상 서랍에서 통장을 꺼냈다. 매월 전 남편이 보내온 양육비가 찍힌 통장이다. 그간 단 한 푼도 찾지 않았다. 지난달까지 찍힌 걸 보니 1억 5천만 원이 넘는다. 참 세월이 많이 흘렀다. 아들을 결혼시킬 때 아파트라도 얻어 주려고 한 푼도 쓰지 않았다. 그때가 빨리 왔으면 좋으련만….       
   책상 위 컴퓨터 옆에 놓인 핸드폰이 울렸다. 모르는 전화번호다.
“차은희입니다.”
“수현이 어머니 되시죠?”
“네. 그런데요.”
“수현이 담임입니다.”
“아~, 네. 안녕하세요. 선생님.”
“어머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네. 선생님.”
“수현이가 오늘 자퇴서를 쓰겠다고 찾아왔었거든요. 왜 그러느냐 물었더니 대답은 안 하고, 그냥 막무가내로 그만둘 거라는 거예요. 안 된다고 하니까, 버럭 화를 내며 교무실을 나가더라고요. 그래서 혹시 무슨 일이 있었나 싶어….” 
“죄송해요, 선생님. 어제 저랑 좀 다투었거든요.”
“수현이가 워낙 내성적인 성격이라 다른 애들과 잘 안 어울려 평소에도 많이 신경 많이 쓰고 있습니다. 다행히 공부를 잘해 말썽 피우는 애들이 건드리지는 않죠.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잘 좀 달래주셨으면 합니다.”
“잘 알겠습니다, 선생님.”
   차은희는 그간의 사정을 대표이사에게 보고하고 한 시간 일찍 퇴근해 집에 왔다. 아들과 저녁을 같이 먹으려고 서둘러 준비했다. 그런데 올 시간이 지나도 수현이가 오지 않는다. 알 수 없는 불안한 마음이 스친다. 어떻게 된 건지 궁금해서 전화를 해봐도 받지 않고 카톡을 보내도 연락이 없다. 결국 뜬눈으로 밤을 보내야만 했다. 그녀의 머릿속에 천둥 번개가 치며 먹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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