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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르파티 : 나도 작가다/단편소설

사랑하면 안 되니(4)

by 훈 작가 2024. 1. 11.

본 이미지는 인터넷에서 내려 받았음

 

여름방학

 

     6월 어느 날, 윤민수가 프라하 여행을 제안했다. 차은희는 고민스러웠다. 정말 믿어도 될까. 너무 빠른 게 아닌가. 이 남자, 정말 마지막 사랑일까. 생각하며 일단 중3인 아들 때문에 곤란하다고 말했더니 그는 더 이상 여행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 같이 여행을 떠가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한동안 말이 없던 윤민수가 프라하 이야기를 꺼낸 건 7월 초였다. 방학 동안 기숙학원에 보내면 갈 수 있다고 설득하자, 차은희는 그런 방법이 있었나 싶었다. 며칠 숙고 끝에 아들에게 기숙학원 얘기를 꺼냈다. 수현이가 안 가면 어떡하지, 걱정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아들은 엄마의 뜻에 따르겠다고 했다.
   차은희는 그렇게 프라하 여행을 다녀왔다. 꿈같은 시간이었다. 허니 문 여행도 아닌데 전에 느끼지 못했던 달콤한 시간이었다. 이후 그와의 밀회는 상상 속의 연애소설이 아니라 일상이 되어 갔고, 녹슬었던 사랑의 용광로도 달아올랐다. 가끔 애 딸린 이혼녀가 이래도 되는 건가 하는 생각도 해봤지만 부끄럽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아들 기숙학원 여름방학 프로그램이 끝나던 날, 차은희는 하루 생리휴가를 내고 아들을 데리러 경기도 용인시 양지면에 있는 M 기숙학원으로 내려갔다. 운전하고 가는 내내 수현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마음이 복잡하기만 했다. 수현이가 반대할 것만 같다. 만약 그렇게 되면, 어떡하지? 딱히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기숙학원에 들어서자 건물 앞쪽에 고급 외제 차들이 늘어서 있었다. 도로 한쪽에 차를 세우고 수현이에게 전화했다. 수현이가 기숙사 건물 현관 앞쪽으로 차를 몰고 오란다. 차에서 내려 수현이에게 달려가 막 안아주려 하는데 ‘왜 이래, 창피하게.’ 하며 아들이 트렁크를 열어 달란다. 엄마 마음을 몰라 주는 것 같아 잠시 서운했다. 커다란 여행용 가방 2개를 트렁크에 실은 아들이 조수석에 타자 차은희가 운전석 문을 열고 시동을 걸었다.
“아들, 고생 많았지?”
“고생은 무슨 고생,”
“식사는 어땠어?”
“집에서 먹는 것보다 좋았어.”
   그 말에 차은희는 마음이 아팠다. 
“미안해, 수현아, 엄마가 바쁘다는 핑계 대고 제대로 해 주지 못해서.”
“아니야, 엄마. 그런 뜻 아니라고.”
“아픈 데는 없지?”
“없어. 규칙적인 생활을 하니까 오히려 더 건강해진 것 같아. 근데 엄마가 전보다 젊어진 것 같아.”
“그래?”
“30대로 보여.” 
“고맙다, 젊게 봐줘서.”
“빈말 아니야.”
“그나저나 너도 내일모레면 고1이야.”
“됐어. 그만, 무슨 말하려는지 다 알아. 그나저나 나 보고 싶지 않았어?” 
“왜, 많이 보고 싶었지.”
“엄마! 보고 싶은데 왜 내 생일에 아무것도 안 보냈어. 다른 엄마들은 택배로 케이크나 선물도 보냈던데.”
   차은희는 아차 싶었다. 생일을 깜빡했다. 뭔가 얘기를 해야 하는 데 순간 멍멍했다.
“수현아, 정말 미안해. 대신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해. 뭐든지.”
“됐거든.”
“….”
   수현이가 듣기 싫다는 듯 그녀의 말을 끊었다. 한 번도 그런 일이 없었는데, 그녀의 실수다. 두 사람 사이에 분위기가 다소 냉랭해졌다. 차은희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아들이 사춘기라 더 마음을 써야 했는데 그만 프라하 여행 때문에 깜박한 것이다. 뭔가 달래주고 싶은데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러는 사이 승용차는 양지 I/C를 통과해 영동고속도로에 들어섰다. 차은희는 자신도 모르게 액셀 페달을 세게 밟았다. 마성터널을 통과할 때였다. 블루투스 페어링으로 연결된 핸드폰이 울렸다. 그녀가 볼륨을 살짝 줄였다. 윤민수였기 때문이다.
“사장님! 지금 운전 중이거든요. 제가 전화할게요.”
“엄마! 누구 전화인데 그렇게 급하게 끊어.”
“그게 아니라, 엄마는 운동신경이 둔하거든.”
“이상해. 오늘따라 엄마답지 않아.”
“그래.”
“전에는 안 그랬잖아.”
“지난번 접촉 사고 이후로 가능하면 운전 중에 전화 안 하기로 했어.”
“사고 났었어?”
“어~어 그랬어.”
“….”
   수현이가 눈치챌까 봐 에둘러 핑계를 댔다. 어쩌지 언젠가 아들도 알게 될 텐데. 은근히 걱정되었다. 그나저나 어떻게 설득하지….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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