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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르파티 : 나도 작가다/단편소설

사랑하면 안 되니(3)

by 훈 작가 2024. 1. 10.

본 이미지는 인터넷에서 내려 받았음

   

소개팅

 

    지난봄, 성당에 다니는 지인 소개로 7살 연상인 윤민수를 만났다. 이탈리아로 유학 간 딸이 하나 있고, 을지로에서 인쇄소를 운영하는 사업가다. 처음에 소극적이던 그가 조금씩 다가왔다. 만나보니 따뜻한 사람 같았다. 남자 혼자 딸 키우며 유학비 보내느라 모든 걸 포기하고 돈만 벌었다는 그가 측은해 보였다. 
   결혼 전 그의 아내는 이름만 대면 다 아는 H 여행사 가이드로 일했고, 그 덕분에 결혼 후 딸아이 방학 때마다 해외여행을 안 가본 데 없을 정도로 많이 다녔다고 했다, 그런 아내가 딸아이 유학 떠나기 1년 전 췌장암으로 주님 곁으로 떠난 후, 사는 게 사는 것 같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재혼은 딸 때문에 애초부터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도 말했다. 
   그는 숫기가 없는 남자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친구 아내 체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자신을 만나면서 자꾸만 아내 얼굴이 떠올라 괴로웠다고 했다. 게다가 유학 간 딸이 나중에 알게 되면 이상하게 볼 것만 같아 두려웠다고도 했다. 차은희도 그런 그가 자신에 대해 호감을 느끼지 않는 것 같아 만나고 싶지 않았다.
   매력 없어 보이던 그가 조금씩 마음을 열면서 차은희는 조금 더 만나보고 어떡할지 생각해 보기로 했다. 혹시 이 남자도 바람둥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경계심도 풀지 못했고, 또 당할 것만 같은 두려움 때문에 멈칫거릴 수밖에 없었다. 차갑게 얼어붙은 그녀의 심장이 쉽게 녹지 않았던 이유다.
   그런데 이 남자 만날수록 끌렸다. 신파극에 나올 법한 순정파 주인공 같았다. 순진한 것인지, 아니면 순수한 것인지 바람둥이 같지는 않았다. 이런 남자라면 여자 문제로 상처받을 일이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들자 차은희는 ‘잡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중3 아들이 마음에 걸렸다. 이혼 당시 아들은 초등학교 3학년이었다. 그때 아들이 남편에게 갈까 봐 노심초사했다. 아들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모든 노력을 다했지만, 아들은 혼란스러운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녀는 죄스러운 마음에 괴로웠다. 잘못한 게 하나도 없는데 모든 게 자신 탓만 같았다. 
   차은희는 수현이에게 솔직하게 말해 주었다.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설명해 주었다. 수현이가 이해해 주면 다행이고, 그래도 남편에게 간다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선택은 오로지 아들의 몫이었다. 어린 수현이가 냉정하게 판단해 주기만을 기대했다. 
   아들이 법정에 나가 판사 앞에 서기 하루 전 입을 열었다. 
“엄마, 약속해 줄 수 있어. 그러면 내일 엄마랑 같이 산다고 말할게.”
“수현아, 말해. 엄마는 무엇이든 다 들어줄 수 있어.”
“엄마, 정말 약속할 수 있지?”
“자, 수현이 하고 손가락 걸고 약속할게.” 
“그럼, 아빠처럼 바람만 피우지 마.”
“그래, 알았어. 수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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