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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아포리즘

내 안의 발전소

by 훈 작가 2024. 1. 22.

갑자기 전깃불이 나갔다. 한 두번이 아니다. 또 정전인가 보다. 얼른 서랍에서 초를 찾아 성냥불로 불을 붙이자 캄캄한 방이 환해졌다. 정적 속에 시간이 무작정 흐른다. 불이 들어오려면 얼마나 걸릴까. 촛농이 흘러내리면서 하염없이 촛대가 작아진다. 지루한 밤이 이어지다 그날 밤 전깃불은 들어오지 않았고, 그날 끝내 숙제를 하지 못한 채 다음 날 학교를 가야 했다. 

아주 오래전 기억에 남아 있는 이야기입니다. 초등학교 시절 정전이 흔했습니다. 요즘엔 이런 일이 거의 없습니다. 있어도 금방 불이 들어옵니다.  시골에 살 땐 호롱불이나 등잔불이 어둠을 밝혔습니다. 도시에선 연탄불, 시골에선 나무를 땔감으로 썼죠. 그때는 지금과 달리 전기가 귀했습니다. 발전소가 부족했던 탓입니다.

우리 몸에도 어딘가에 발전소가 있을 겁니다. 내 인생에 빛이 되어주고, 내 몸에 끊임없이 에너지를 공급해 주는 발전소가 없다면 살아도 살아있는 게 아닐 겁니다. 그냥 숨만 쉬는 유기 생명체에 지나지 않을 겁니다. 그럼, 내 안의 발전소는 어디에 있을까요, 도대체 나만의 발전소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나를 움직이는 실체, 그 에너지와 빛은 무엇인지, 언듯 생각하면 심장이 떠 오릅니다. 에너지는 심장에서 온몸에 공급됩니다. 그럼, 심장이 발전소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어디까지나 상식적으로 그렇게 생각됩니다. 심장은 영어로 heart이고, 마음이란 의미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내 삶을 이끌어주는 빛도 심장에서 나올까요. 아닐 겁니다

내 안의 빛이 되어주는 것. 그것은 과학의 영역으로 설명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영혼을 움직이는 빛, 이성과 감성이 아닐까, 여겨집니다. 이치에 맞는 판단과 느낌에 따른 행동이 영혼을 움직이게 하는 빛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 빛이 올바르게 작동할 때 우리는 사람다움을 잃지 않고 사는 게 아닐까요.

우리는 내 안의 빛을 내가 만들며 살아가는 존재일 겁니다. 그 빛이 나를 움직이고, 더 나아가 세상을 움직입니다. 더 훌륭하고 위대한 빛은 인류의 빛이 되어주겠죠. 빛이 누군가에게 희망이고 사랑일 때 더욱 가치가 있음은 누구나 다 알고 있습니다. 새해엔 나도 누군가에게 작을지라도 그런 빛을 만들고 싶습니다. 설령 그게 작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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