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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아포리즘

역광사진도 멋있어

by 훈 작가 2023. 12. 9.

사진을 찍을 때, 해를 등지고 피사체를 카메라에 담으면 순광(順光), 반대로 하면 역광(逆光)입니다. 대개 역광으로 찍은 사진은 피사체 이미지가 어둡게 나옵니다. 대표적인 사진이 실루엣 사진입니다. 특히, 인물사진을 역광으로 찍으면 어둡게 표현되므로 찍지 않습니다. 피사체에 빛이 노출되지 않는 부분은 검게 표현되기 때문입니다. 빛이 닿는 부분만 이미지로 표현되는 겁니다.


이 때문에 카메라로 풍경 사진을 찍을 때는 역광이 아닌 순광으로 찍습니다. 사진은 이처럼 눈에 보이는 풍경을 빛의 노출 정도를 반영하여 사실적으로 표현합니다. 사진은 빛을 이용한 예술이며, 빛의 미학이라 불리는 이유입니다. 인위적인 기술이나 숙련된 기능으로 이루어지는 작업이 아니라, 카메라를 이용해 만들어지는 결과물일 뿐입니다. 다만, 감각을 몸으로 배우기까지 시간이 걸릴 따름입니다.


사진을 배우면서 본능적으로 역광은 피하는 버릇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일출이나 일몰 사진을 찍으면서 고정관념을 깨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출사지에서 돌아가던 길이었습니다. 역광을 받은 억새가 멋지게 보여 차를 세웠습니다. 파란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군무를 이루고 있는 은빛 억새가 시선을 빼앗은 겁니다. 사진을 찍어 보니 억새 이미지가 유난히 하얗게 보입니다. 


빛이 피사체를 통과하면서 더 돋보이게 만든 겁니다. 빛이 피사체를 통과하지 않았다면 검게 표현되었을 겁니다. 그 순간 깨달은 겁니다. 역광이 피사체를 더 아름답게 보이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그때 역광으로 사진을 찍으면 잘 나오지 않는다는 고정관념을 버리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후 단풍사진을 역광으로 찍으면서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역광으로 찍어도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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