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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르파티 : 나도 작가다/에세이

사진은 한 편의 시(詩)다.

by 훈 작가 2024. 3. 11.


“사진은 한 편의 시(詩)다.”

오래전, 평생학습원에서 사진을 배울 때 첫 시간에 강사가 한 말입니다. 뜬금없는 말처럼 들렸습니다. 무슨 말을 하려는지 의아했습니다. 그는 이어 한 편의 시처럼 아름다움과 철학을 담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사진을 배우는데 왜 문학이 나오고, 철학이 언급하는지 듣고만 있었습니다. 사진이 뭐가 그리 대단하다고 문학이 나오고 철학까지 등장하는지. 

강의실 불을 끄고 빔프로젝터 스크린에 사진이 하나씩 나올 때마다 수강생들은 감탄사를 연발했습니다. 강사가 사진의 제목을 언급하며 설명을 이어 갔습니다. 시는 함축된 글로 아름다운 표현하는 장르라면, 사진은 빛으로 아름다움을 그려내는 미학이라고 말했습니다. 표현의 도구는 다르지만, 예술의 장르는 같다고 말했습니다. 시인이 한 편의 시를 창작하듯이 사진도 그와 똑같은 고통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겁니다.

가만히 듣고 보니 틀린 말은 아니었습니다. 시나 사진이나 사람의 감정을 담아냅니다. 글(문장)로, 또는 빛으로 만들어 낸 이미지로 자연과 삶의 아름다움을 전달합니다. 시든 사진이든 작품을 통해 보는 이로 하여금 공감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점은 같습니다. 시나 사진이나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강사는 그런 관점에서 사진을 시(詩)에 비유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사진이란 게 셔터만 누르면 찍는 것인데, 강사는 차원이 다른 설명으로 사진을 정의하고 있었습니다. 수강생들 대부분이 나이가 있어 보였습니다. 한 사람씩 자기소개를 할 때 보니 취미로 배워보려고 한 사람이 많았습니다. 유일하게 아가씨였던 한 사람만 블로그 때문에 나왔다고 했습니다. 난 여행 갈 때만 사진을 찍는 데 가급적 좋은 사진을 찍고 싶어 수강 신청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이유가 없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진을 찍는 이유가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시(詩)는 아닐지라도 취미로 배워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특별히 즐기는 취미도 없고, 어차피 있는 카메라이니 관심을 가져보자고 마음먹었습니다. 이후 틈만 나면 강의 시간에 들은 이론을 바탕으로 줄기차게 카메라와 데이트를 즐겼습니다. 그런데 사진이라는 게 찍긴 쉽지만, 사진 같은 사진을 찍는다는 건 만만치 않았습니다.

프로작가들의 멋진 사진을 보면 시(詩)라는 게 실감 납니다. 작품 사진의 제목에 몰입하다 보면 함축된 아름다운 새로운 문장으로 한 편의 시가 그려집니다. 사진과 시가 일맥상통하는 느낌을 공유할 수 있을 것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시인이 자신의 가치관과 생각을 짧게 압축하여 표현하듯, 사진작가도 정한 규격과 틀 안에서 의도하는 이미지를 주제로 카메라에 담아 표현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사진은 한 편의 시나 다름없을 겁니다. 

사실, 나도 지금껏 그렇게 노력하고는 있지만, 시인은 아닙니다. 다만, 그런 열정으로 좋은 사진을 찍으려고 합니다. 블로그 이름을 “수다 한 장, 사진 한 장”이라고 정한 이유도 강의 첫 시간에 말한 “사진은 한 편의 시 (詩)다.”라고 한 의미를 조금이라도 담아 보고 싶어서였습니다. 부족하지만, 그런 각오로 끝까지 사진도 찍고 글도 쓰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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