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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르파티 : 나도 작가다/에세이

뿡뿡

by 훈 작가 2024. 3. 13.
사진 : 필자가 찍은 Super Moon

혹시 달이 방귀를 뀌면 뭐라고 하는지 아시나요?
 
정답은 문(moon)방구입니다.
 
썰렁했나요. 처음부터 민망한 이야기를 하기가 좀 그래서 먼저 우스갯소리를 꺼냈습니다. 눈치 빠른 사람은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아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대장내시경 검사 때(관련 : 1월 29일 포스팅 글) 겪었던 일입니다. 건강검진(대장내시경)을 마치고 의사 상담을 기다릴 때였습니다. 복부 아래쪽이 매우 불편했습니다. 일반 대장내시경 검사 때 자세한 검진을 위해 대장 내에 가스를 주입해 발생한 현상이라고 검진 의사는 미리 설명했습니다. 의사 말로는 배출하면 곧 괜찮아질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마음 같아서 시원하게 밖으로 밀어내고 싶은데 상황이 그렇지 못했습니다. 대기실은 옷을 갈아입고 상담을 기다리는 사람들과 일반접수를 기다리는 외래 환자들이 섞여 앉아 있었습니다. 불편했지만 참아야 했습니다. 그런데 복부 팽만감이 점점 심해지고 통증이 느껴졌습니다. 빨리 내 이름을 불러줬으면 좋겠는데….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길다 할 즈음 내 이름을 불렀습니다. 하지만, 상담은 너무 짧았습니다. 접수창구에서 처방전을 받아 비용을 계산하고 1층 약국에 들러 7일분 위궤양약을 받아 나왔습니다. 지나가는 자동차 소리의 도움을 받아 참았던 가스를 밖으로 힘차게 밀어냈습니다. 아! 이 시원함~, 너무 상쾌했습니다.

본 이미지는 인터넷에서 내려 받았음.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안에서 갇혀 있는 가스가 용트림하는지, 아니면 과격한 시위를 하려고 그러는지 아우성칩니다. 또다시 아랫배가 살살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음식을 잘못 먹어 탈이 난 것처럼 설사 일보 직전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새벽까지 화장실에 드나들며 속을 다 비운 상태여서 그럴리는 없었습니다.
 
신호등을 기다리는데 오토바이 엔진소리처럼 가스가 나왔습니다. 조금 전처럼 지나가는 자동차 소음에 섞여 들리지 않았습니다. 순간 원초적인 쾌감이 빛의 속도로 뇌에 전달되었습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뱃속은 꿈틀거리듯 통증이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집까지 걸어오는 20여 분 내내 같은 현상이 반복되었습니다.
 
안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누웠습니다. 배고픔과 통증이 묘하게 어우러져 고통스러웠습니다. 의사 조언대로 점심을 건너뛰었습니다. 저녁은 죽을, 내일 아침부터 정상적인 식사를 하라고 하니 따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술도 2주 동안 입에 대지 말라니 수도자 같은 생활이 불가피한 상황이었습니다.
 
침대에 누워있는 동안에도 지진파의 파동은 계속 이어졌다. 얼마나 지났을까. 요란했던 장내 지진 활동이 진정되었습니다. 동시에 신기하게도 통증이 다 사라졌습니다. 정말 살 것 같았습니다. 대장내시경 검사를 위해 주입했던 가스의 정체가 뭔지 모르지만 반나절 이상 겪어야만 했던 고통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본 이미지는 인터넷에서 내려 받았음.

내 안에 들어왔던 가스는 본래 내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내 몸에서 나갔으니 다른 사람이 볼 때는 내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알게 모르게 생리현상에 대한 예의가 있습니다. 직장 생활할 때는 사무실 밖으로 나가 조용히 이를 해결하고 들어와 근무하곤 했습니다. 사무실 직원들에게 민폐 끼치기 싫어서였습니다.
 
상식이지만 생리현상은 건강에 중요한 척도입니다. 건강한 성인이라면 하루에 가스 배출 횟수가 13회~25회라고 합니다. 피할 수 없는 일이지만 당황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따지고 보면 어쩔 수 없는 상황도 있지만, 눈치가 보이는 건 사실입니다. 이런 이유로 참으면 건강에 좋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참게 됩니다.
 
방귀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나는 일찍 경험했습니다. 고등학교 때 2번의 외과수술을 받았습니다. 입원 당시 오전이면 회진을 도는 의사가 물어봤던 말이 가스가 나왔냐는 거였습니다. 나는 일반 환자보다 반나절 늦게 가스가 나왔습니다. 그 말은 곧 수술받은 후 복부 내 장이 제 자리로 돌아왔다는 얘기였고 그때부터 미음을 먹었습니다.
 
방귀는 건강한 생리현상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눈치 보지 않고 ‘뿡뿡’ 뿜어 대지 않습니다. 아마도 창피스럽기 여기거나, 예의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의사는 참지 말라고 했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수면 방식으로 대장내시경 검진을 받지 않은 부작용이었던 모양입니다. 참 불편했던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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