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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르파티 : 나도 작가다/에세이

나 홀로 행복하기(3)

by 훈 작가 2024. 3. 6.
본 이미지는 인터넷에서 내려 받았음.

어느 날 갑자기 중국발 역병이 밀어닥쳤습니다. 중국 우한발 역병은 걷잡을 수 없이 우리나라를 비롯한 지구촌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고, WTO는 그 실체를 코로나라 명명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후 세계 각국은 빗장을 걸고 방역체계에 돌입했습니다. 우리의 일상은 비대면 사회로 바뀌었고,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세상을 살아야 했습니다. 신체적 자유가 하루아침에 제한받아야 하는 세상이 된 겁니다. 누구나 할 것 없이 혼란스럽고 당혹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일상의 굴레를 이어가야 했습니다.

나 홀로 보내야 하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어떡하면 따분하지 않을까. 무얼 하면서 보내야 지루하지 않을까. 그러다 날씨 좋은 날 카메라를 챙겨 바람이나 쐬러 가고, 그렇지 않은 날은 사진 파일이나 정리하며 지냈습니다. 신문을 샅샅이 훑어보고, 더 이상 볼 게 없으면 소설책이라도 읽었습니다. 그러다 글이 눈에 안 들어오면 커피 향을 음미하면서 거실 창밖을 보고 멍 때리기도 했습니다. 방역 때문에 강요된 고통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본 이미지는 인터넷에서 내려 받았음.

고등학교 친구 H는 책벌레입니다. 심심하면 단둘이 만나 소주 한 잔 기울였습니다. H와 헤어질 때면 읽어 보니 재미있다며 그가 읽어 본 책을 건네주곤 했습니다. 받은 책이 한두 권이 아닙니다. 나는 받은 책은 꼭 읽어 봅니다. 예의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어쩌다 읽어 본 소감을 물어보면 대답도 해야 하니 읽을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난 그다지 책 읽는 걸 좋아하지 않습니다. 읽기는 해도 H처럼 다독은 아니란 얘기입니다.

그러던 어느 봄날 친구가 건네준 소설책을 꺼내 읽었습니다. 그런데 읽고 나서 건방진 생각이 들었습니다. 건방지다고 한 이유는 이렇습니다. '이 정도면 나도 소설을 쓰겠는데 ….'생각을 한 겁니다. 왜 그때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특별한 이유는 없습니다. 아마도 소설이 싱거웠던 모양입니다. 작품을 쓴 작가가 들으면 엄청 섭섭할 겁니다. 어쩌면 그가 ‘넌 그 정도 글이나 쓸 수 있어’하고 반문할지도 모릅니다.

본 이미지는 인터넷에서 내려 받았음.

그해 7월 충격적인 뉴스가 장안을 흔들었습니다. 서울시장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겁니다. 그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는 이미 세상 사람들이 다 아는 그대로입니다. 그의 도덕성에 실망이 너무 컸습니다. 아. 세상에 믿을 사람 없구나. 권력을 쥔 사람들이 왜 이럴까. 그래도 그는 그런 사람이 아닐 거라 믿었는데. 위선의 탈을 쓴 권력의 행태에 화가 용광로처럼 끓어올랐습니다. 어쩌겠습니까. 세상이 그런 걸.

권력을 응징하고 심판하는 길은 선거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선거로 심판한다 해도 권력은 크게 바뀌지 않습니다. 권력은 항상 음지에서 일을 저지르고 양지에서 뻔뻔한 행세를 합니다. 나는 어떡하면 이를 응징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생각 끝에 소설의 형식을 통해 권력을 응징하기로 했습니다. 허구의 인물을 만들어 어떻게든 권력이 국민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하는 모습을 그려내고 싶었습니다.

본 이미지는 인터넷에서 내려 받았음.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무작정 인터넷 검색창에 ‘소설 쓰는 법’을 입력하고 창작에 대한 이론을 읽어 보았습니다. 그리고 날이면 날마다 메모지를 갖다 놓고 밑그림을 그려나갔습니다. 창작의 고통이 무엇인지 모른 채 나의 무모한 도전은 그렇게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거의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자판을 두드렸습니다. 때로는 새벽까지. 장장 10개월에 걸친 작업 끝에 내 생애 최초의 소설인 초고를 완성했습니다. 

코로나가 종식되고 멈췄던 글쓰기 교실 수업이 재개되었습니다. 아주 오랜만에 회원들을 반갑게 만났습니다. 그간 어떻게 지냈냐고 서로 안부를 물으며 덕담을 나누었습니다. 

“K 선생님은 어떻게 지내셨어요?” 
“저요. 소설 썼습니다.”
“네. 소설요?”
 
글쓰기 강사인 J 작가의 질문에 대답하자, 회원 모두가 하던 대화를 멈추고 날 바라보았습니다.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들이었습니다. 좀 과장하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 하는 거야' 하는 듯 보였습니다. 그러나 사실인 걸 어떡합니까.

본 이미지는 인터넷에서 내려 받았음.

이후, J 작가의 소개로 ○○소설가협회 정식 회원으로 입회하게 되었습니다. 하루아침에 작가 신분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정말 세상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그럼에도 기분이 너무 좋았습니다. 사실 나의 무모한 도전은 코로나 사태가 만든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날마다 따분한 시간을 보내느니 차라리 소설 쓰기에 매달리는 게 낫다 싶었습니다. 단순히 ‘나 홀로 행복하기’의 돌파구였습니다. 

코로나 상황이 아니었다면 무모한 도전은 하지 않았을 겁니다. 돌이켜 보면 내 경우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내게 딱 맞아떨어진 셈입니다. 나를 용감하게 만든 무식함이 행운을 가져다준 거나 다를 바 없습니다. 사람 나름이겠지만, 글을 쓴다는 것은 분명 나에게 있어 ‘나 홀로 행복하기’가 맞습니다. 시작은 무모했지만, 결과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소설가란 타이틀을 얻었으니 더더욱 그렇습니다. 

영어의 ‘Happen’과 ‘Happiness’이란 단어를 보면 행복은 우연과 무관하지 않을 거란 생각도 해봅니다. ‘나 홀로 행복하기’의 시작은 우연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우연이 행복으로 이어졌습니다. 어디까지나 행복은 주관식입니다. 스스로 행복이란 단어에 몰입하다 보면 행복은 생각하는 것보다 가까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본 블로그 카테고리에 장편 소설이 있습니다. 이 글에 언급한 소설(별을 죽인 달)입니다. 

소설에 대한 평가가 내겐 중요하지 않습니다. 해냈다는 것 자체가 내겐 더 중요했습니다. ‘소설’. 감히, 넘볼 수 없었던 꿈의 영역에 첫발을 내디뎠기 때문입니다. ‘나 홀로 행복’은 어찌 보면 고독한 행복입니다. 그럼에도 성취감은 내면의 뿌듯함을 부추겨 기쁨을 줍니다. 그러기에 글쓰기는 ‘나 홀로 행복하기’의 즐거움이고, 기쁨입니다. 나에게 행복이란 내 안의 만족이란 작은 그릇에 기쁨과 즐거움을 채우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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