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인파 몰렸다는 여의도 세계 불꽃축제를 뉴스로 보았습니다. 축제 당일 여의도 한 호텔의 경우 한강 전망 객실 요금이 304만 원으로 평소보다 3배나 올랐고, 다른 객실도 주말 1박보다 가격이 2~3배가량 높게 책정되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인근 호텔의 고층 객실은 대부분 만실이었다고 합니다.
온라인 중고 거래 사이트에는 호텔 숙박권 양도, 숙박 패키지 상품 판매를 한다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고, 심지어 불꽃놀이 조망이 가능한 한강 조망이 좋은 아파트를 수십만 원에 대여한다는 글도 있었다고 합니다. 한강 인근의 전망 좋은 식당의 2인 식사 패키지 가격도 20만 원 이상 올랐다는 얘기도 있었습니다.
사실, 지방에 사는 사람은 그림의 떡입니다. 뉴스 화면을 통해 안방에 전달되는 불꽃놀이를 구경할 뿐입니다. 내가 보기에도 화려한 불꽃놀이는 장관이었던 것 같습니다. 현장에서 직접 본 사람은 얼마나 황홀했을까 싶습니다. 서울에 사는 사람들이 부러웠습니다. 보고 싶었으나 서울에 가는 게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꿩 대신 닭이라 했던가요. 밤하늘에 불꽃놀이와 드론 쇼가 세종 호수 공원에서 펼쳐진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이참에 구경삼아 볼까, 하고 이른 저녁을 먹고 집을 나섰습니다. 물론 카메라도 챙겼죠. 호수공원 도착하니 주차 전쟁부터 치러야 했습니다. 밤 9시부터 시작인데 몰려드는 인파로 주변은 혼잡했습니다.
10분 정도 걸어 축제 공연 주무대 맞은편 왼쪽 호수 가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명당자리는 일찍 온 사람들이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저녁 도시락까지 준비해 와 먹을 정도로 열정이 대단했습니다. 지루한 기다림을 달래기 위해 야경 사진을 찍으며 기다렸지만, 2시간 30분은 긴 시간이었습니다.
9시 정각, 축제의 밤을 수놓기 시작한 건 드론 쇼였습니다. 현장에서 직접 보는 드론 쇼는 난생처음입니다. 그러기에 설렘이 있었죠. 순간 가벼운 탄성이 절로 나왔습니다. 신기했죠. 디지털 문명이 만들어낸 새로운 예술 장르가 아닌가 싶습니다. 예술의 영역이 어디까지 미칠지 가늠할 수 없는 세상입니다.
쇼는 고작 5분 정도였습니다. 아쉬웠습니다. 드론 쇼가 끝나자 바로 불꽃놀이가 시작되었습니다. 15분 정도 이어졌습니다. 여의도 세계 불꽃축제에 비하면 너무 초라한 느낌입니다. ‘꿩 대신 닭’이라 한 이유는 이전에 보았던 불꽃놀이와 별로 다를 게 없었기 때문이죠. 아, 이게 서울과 지방의 차이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황홀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치솟는 불꽃이 터질 때마다 밤하늘에 꽃이 활짝 핀 것처럼 아름다웠습니다. 민들레꽃이 피었다 지면, 이어 국화꽃이 핀 것처럼 멋있었습니다. 형형색색의 불꽃은 화무십일홍이 아니라 화무십일초(秒)도 안되어 사라졌습니다. 불과 몇 초 만이니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밤하늘에 핀 불꽃은 꽃이 아닙니다. 잠시 꽃의 이름을 붙여 꽃 행세를 하게끔 인간이 만든 사이비 꽃입니다. 그래도 우리는 사랑합니다. 화려한 데다 특별한 날 밤에만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생명을 잉태하지 못하는 꽃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밤하늘에 불꽃을 보고 싶어 합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꽃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지 못하는. 우리는 놀이를 통해서 일상에서 맞닥뜨리는 스트레스 잊고 싶어 합니다, 그게 꽃놀이였으면 하는 거죠. 그런데 밤에는 볼 수 없습니다. 그래도 꽃을 사랑한 나머지 밤에도 불로 꽃을 만들어 즐기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꽃을 얼마나 사랑하고 좋아했으면 그럴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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