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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행복, 그대와 춤을

부처님, 괴로워요.

by 훈 작가 2024. 10. 1.

? 미운 놈 떡 하나 주라는 거지.

 

그게 가능한가? 솔직히 동의할 수 없습니다. 여태껏 단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습니다. 혹시, 내가 부처님이 된다면 그렇게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렇게 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생각해 보면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의문입니다. 미운 놈 보기도 싫은 데 떡을 주라니, 그게 말이 됩니까.

 

살다 보면 미워하는 사람이 생깁니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요. 거기엔 미움을 받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기 마련입니다. 콕 집어 이거다, 하기 어려워도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사랑과 배신에서 오는 미움부터 자존심을 건드리는 사소한 오해, 사회적으로 어쩔 수 없는 갑과 을의 갈등으로 인한 갑질 등등.

 

미움은 감정입니다. 좋아하는 감정의 반대쪽에 있습니다. 그러니 미워한다는 것은 내가 좋아하지 않는 행동을 하거나 내 생각과 다른 의견이나 취향을 가진 사람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감정은 사람 관계에서 의견 차이로 생기는 이해충돌과 갈등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서로 마음이 안 맞는 겁니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어찌 보면 인연이 악연이 되는 거죠. 부모 자식, 친구, 사회생활에서 만난 동료에 이르기까지 감정 대립이 붉어져 생긴 미움이 많을 겁니다. 사람 사는 세상은 다양한 관계와 이해로 얽혀 있습니다. 언제 어디서든 갈등이 생깁니다. 그 갈등이 원만하게 조정되지 않으면 서로 남 탓하는 거죠. 미움이 싹트기 시작합니다.

 

이 과정에서 서로 안 보고 갈라서면 그만이겠지만. 미운 사람에게 떡 하나 주라는 말은 반대로 관계가 깨지지 않도록 하라는 게 옛 선조들이 뜻이었던 것 같습니다. 가급적 작은 오해를 풀고 관계가 유지되도록 노력하라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상대방을 적대시해 봤자 좋을 게 없으니, 그렇게 해서라도 해법을 찾으란 뜻 같습니다.

 

그런데 말처럼 그게 잘되지 않습니다. 부처님처럼 깨달음이 부족해서 그런지 몰라도 너무 어렵습니다. 미워하는 것은 감정입니다. 그게 마음에서 쉽게 사라지지 않으니 괴롭고 불편합니다. 마음이 편해야 행복한 건데 은근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닙다. 독한 마음을 먹고 지우기로 하고 인연의 끈을 끊는 게 좋겠다 생각하기에 이릅니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최후의 선택인 셈이죠. 그렇다고 미운 감정을 죽을 때까지 갖고 갈 수는 없잖아요. 미운 감정만 콕 집어 제거하면 좋을 텐데,  그게 정말 어렵습니다. 그 감정만 없애면 마음에 사랑만 남으니 딱 그만인데. 그런데 사람의 감정이란 그게 아닌 모양입니다. 미우면 미운 대로 사랑하면 사랑하는 대로 감정이 남습니다

 

쉬운 방법이 하나 있긴 있습니다. 사랑을 포기하면 미움은 당연히 따라오지 않을 거니까요. 사랑 속에 미움이 있다는 걸 우린  생각하지 않고 덤비죠. 그러니 미워하지 않을 자신이 있으면 사랑하라 말하고 싶습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사랑에 맹종하는 건 답이 아닐 겁니다. 여기서 말하는 사랑은 남녀 간에 애정을 포함한 넓은 의미의 감정입니다. 

 

사랑을 포기하지 않으려면, 미운 놈 떡 하나 주는 걸 먼저 배워야 합니다. 결국 마음을 움직이는 감정에서 미움을 없애지 못하니 방법이 없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사랑과 미움이 한 몸인 이상, 괴롭지 않으려면 미운 놈 떡 하나 주면서 이 세상을 살라 부처님도 말씀하실 겁니다. 부처님! 맞다면, 맞다고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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