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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아포리즘

숨은 그림 찾기

by 훈 작가 2024. 11. 26.

어린 시절, 신문 모퉁이에 실린 숨은 그림 찾기를 해본 기억이 있습니다. 어디에 숨어있는지 알쏭달쏭, 보일 듯 말 듯한 그림을 눈이 뚫어져라 보곤 했습니다. 집중력 훈련을 하듯 말이죠. 그러다 찾아냈을 때 그 기분 짜릿했던 추억이 있습니다. 하나 더 생각납니다. 풀밭에 앉아 네 잎의 클로버를 찾던 추억입니다. 누구든 한 번쯤 있었을 겁니다.
 
동네 한 바퀴를 돌면서 찍은 사진을 보고 떠오른 단어가 숨은 그림 찾기였습니다. 처음엔 전혀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사진 속에 주인공은 산책하는 중이었습니다. 가을 분위기가 무르익은 아파트 단지 뒷길 산책로는 인근 주민들이 운동 삼아 많이 걷는 길입니다. 천변을 따라 살구나무가 늘어서 있어 인기가 좋은 곳입니다.
 
그림이 나올 것 같은 장소에서 기다렸습니다. 멀리서 산책하는 사람들이 오면 초점을 맞추고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셔터를 눌렀습니다. 산책하는 사람들이 올 때마다 반복하며 사진을 찍었습니다. 사진을 찍고 나서 컴퓨터에 이미지를 띄우고 보정을 하면서 살펴보았습니다. 분명 찍을 땐 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다음 사진을 보고 놀랐습니다. 갑자기 없던 사람이 툭 튀어나온 겁니다. 어떻게 된 거지? 처음 사진은 한 사람인데 다음 사진을 보면 두 사람이 부부처럼 함께 걷는 사진처럼 보입니다. 이상하다 싶어 다시 처음 사진을 자세히 보았습니다. 다시 봐도 잘 모르겠습니다. 자세히 확대해서 보니, ‘아! 그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인공 뒤로 걷는 사람이 가려져 있어 한 사람으로 보였던 겁니다. 숨어있던 사람이 나온 것처럼 보였던 겁니다. 재밌는 장면을 포착한 것 같아 나 혼자 웃었습니다. 순간 어린 시절 숨은 그림 찾기 하던 기억이 떠 오른 겁니다. 오랫동안 잊었던 추억이 되살아난 겁니다.
 
우리가 소중하게 간직하려 했던 작은 행복들은 어딘가에 숨어있을 겁니다. 숨은 그림 찾기 처럼 말이죠. 가을은 추억의 계절이라고 합니다. 이참에 앨범이라도 꺼내 봐야겠습니다. 그 시절로 돌아가 보면 숨은 그림처럼 소소한 행복이 갑자기 '툭' 튀어 나올 것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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