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스마트 폰으로 찍은 달 사진입니다. 아쉽지만 구름 사이로 한가위 보름달을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구름 속에 달을 보니 박목월의 시 <나그네>가 생각납니다.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南道 삼백 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잠시 달 사진을 찍으려고 하늘을 보았습니다. 구름이 물처럼 흘러가는 것 같습니다. 마치 달은 물속에 둥둥 떠내려 가는 느낌입니다. 언제나 그렇듯 세월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그렇게 흘러갔을 겁니다. 나그네처럼요.
아쉽지만 흘러가고 있는 것들을 붙잡을 수 없습니다. 하늘에 구름, 냇가에 시냇물, 언덕을 넘나드는 바람 그리고 우리의 인생이 그렇습니다. 이름하여 세월 속에 모든 것은 흐르는 게 순리이니 안 흘러가겠다고 버틸 재간이 없습니다.
세월이 야속하다 한들 어쩌겠습니까. 흐르는 것은 흘러가도록 놓아둘 수밖에. 어차피 인생이란 바람 따라, 구름 따라, 물 따라 흘러가야 합니다. 박목월의 시 <나그네>처럼 구름에 달 가듯이. 달 보고 소원을 빌어도 이것만은 받아주지 않을 겁니다.
그래도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사랑입니다. 세상을 세상답게,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유일한 가치, 사랑만은 흘러 보내서는 안 됩니다. 아무리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최고라 하더라도.
구름에 달 가듯 추석이 또 나그네처럼 그렇게 지나갑니다.
'Photo 에세이 > 아포리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숨은 그림 찾기 (12) | 2024.11.26 |
---|---|
은행나무길에서 (72) | 2024.11.25 |
달을 보며 (16) | 2024.09.15 |
사라짐은 아름다워야 (10) | 2024.09.10 |
빼빼로 과자를 닮은 꽃 (18) | 2024.09.0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