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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아포리즘

달을 보며

by 훈 작가 2024. 9. 15.

앞만 보고 살다 보면 뒤를 신경 쓸 여유가 없습니다. 그런 사람이 하나둘 아닙니다. 나도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그럼에도 추석이 다가오면 지나온 삶을 돌아보게 됩니다. 왜 그렇게 살아온 걸까.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생각해 보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먹고살려고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거울을 볼 때가 있습니다. 습관처럼 앞모습만 신경 씁니다. 뒷모습이 어떤지 신경 쓰지 않습니다. 지금껏 살아온 내 삶의 모습이 그렇게 반복되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누군가 내 뒷모습을 보았으면 어떻게 보였을까. 뭔가 중요한 걸 잊고 산 게 아닐까. 가끔은 무거운 마음으로 날 돌아보곤 합니다.

 

사실, 지난날 내 삶의 뒷모습이 어땠는지 생각해 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켜 본 사람은 있을 겁니다. 하지만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추석명절이 다가오니 부모님의 뒷모습이 생각납니다. 앞모습만 보면 항상 좋아 보였는데, 어느 날 뒷모습을 보니 훌쩍 늙었습니다. 그만큼 내가 커서 어른이 된 탓이고, 철이 들었기 때문일 겁니다.

앞에서는 늘 자식 걱정하며 뭐라도 더 챙겨주고, 보태주려고만 했던 부모님이, 자식이 안 볼 때는 무언가에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깊은 상념에 빠져 있던 모습이 보입니다. 이제 그 정도는 알만한 나이거든요. 자식들에게 늘 보여주지 않았던 부모님의 뒷모습, 그 모습을 보여주면 자식들이 걱정할까 봐 그랬을 겁니다

 

달은 절대 뒷모습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밝은 앞모습만 보여줍니다. 달도 차고 기울 때까지 어려움이 많았을 텐데. 단 한 번도 내색하지 않습니다. 부모님 얼굴처럼 말이죠. 그런 보름달이 부모님 얼굴과 겹쳐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어른이 되어 부모가 되어 보니 알 것 같거든요. 어릴 적 보름달과 사뭇 다르게 보이는 이유입니다. 

 

우린 그런 고향의 달을 만나러 갑니다. 그게 몇 시간이 걸리듯 상관없습니다. 때론 길이 막혀 짜증 나고 답답할지라도, 다 견딜 수 있습니다. 시골집 동구 밖에서 우릴 기다리는 부모님을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작은 소망이 있다면 건강하게 오래도록 함께 추석 명절을 보냈으면 하는 마음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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