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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아포리즘

지겨웠던 여름

by 훈 작가 2024. 9. 4.

정말 지겨웠습니다.

 

사랑도 지겨울 때가 있을 줄 예전엔 미처 몰랐습니다. 이젠 지쳤나 봅니다. 뜨거운 사랑이 날 언제나 행복하게 해 줄 것 같았습니다. 만날 때마다 가슴 설레던 마음마저 변한 지금, 난 당신이 지겨워졌습니다. 오죽하면 그대가 보기 싫어 가을이 빨리 오길 바라겠습니까.

 

한때 사소한 갈등으로 다투더라도, 때론 심하게 싸우더라도 연인이기에 헤어지는 게 두려웠습니다. 항상 마음속으로 우리의 사랑은 영원하길 기도했습니다. 그런데 작년과 달리 올해는 싫습니다. 너무 구질구질하게 진저리가 날 정도로 당신의 광기어린 사랑은 날 지겹게 만들었습니다.

 

왜 지겹다는 말을 꺼냈는지 당신은 아직도 모르는 것 같습니다. 어쩔 수 없이 이젠  말해야겠습니다. 과거와 달리 열대야가 얼마나 오래 지속되었는지, 당신은 모르는 것 같습니다. 처음엔 당신을 사랑하니 그런가보다 했습니다. 그러다 몇 번을 싫다고 했는데도 당신은 무시했습니다.

 

짜증이 나고 지루해 죽겠는데. 당신은 내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했습니다. 정말 귀찮아 죽겠는데 밤새도록 같이 있고 싶다고 당신은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단지 우리가 사랑하는 사이라는 이유 하나로 당신은 뜨거운 밤을 함께 보내자며 스토킹 하듯 따라다녔습니다. 당신은 예전의 당신이 아니었습니다. 

 

이런 말을 하고 싶진 않지만 해야 겠습니다. 당신에게 심한 표현일지 모릅니다. 당신이 지겹다는 의미를 모르는 것 같아 간단하게 말하려 합니다. 절대 당신을 무시해서 하는 말은 아닙니다. 지루함과 싫증을 느끼는 상태가 지속될 때 우리는 지겹다는 말을 씁니다. 바로 당신이 그랬습니다. 

 

오해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난 아직도 당신을 사랑합니다. 예전처럼 뜨거운 사랑도 마다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지겨운 사랑이 싫을 뿐입니다. 내년에 이런 말을 꺼내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당신과 지금과 같은 사랑은 더 이상 하고 싶지 않다는 뜻입니다.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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