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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아포리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by 훈 작가 2024. 8. 29.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나오는 우리의 전통 놀이입니다. 술래가 벽을 보고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크게 외치다 끝남과 동시에 뒤를 돌아보고 움직이는 사람이 있으면 잡아내는 놀이입니다. 요즘 아이들은 이 놀이를 별로 즐기는 것 같지 않습니다. 아파트 단지에서 이런 놀이를 하는 아이들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어린 시절 술래가 되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구호 앞부분을 천천히 하다 뒷부분을 빠르게 한 후 뒤돌아보면 움직이는 아이들을 쉽게 잡아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같은 방법도 몇 번 반복하다 보면 속아 넘어가지 않습니다. 게다가 술래를 약 올리느라 그 상태로 계속 가만히 있거나 아주 조금씩 움직이곤 했습니다.

세월이 흐르다 보니 아이들의 놀이도 많이 변했습니다. 아이들의 놀이 공간은 물론 형태도 달라진 겁니다. 전자오락실이 놀이 공간이 된 것 같더니 컴퓨터 보급이 일반화되면서 이를 이용한 놀이가 새로운 놀이 문화로 자리 잡은 겁니다. 인터넷을 통한 사이버 공간의 가상 놀이 문화가 등장한 겁니다.
 
원래 놀이의 주체는 아이들입니다. 놀이는 아이들의 사회성을 기반으로 합니다. 서로 간의 규칙을 배우고 지키는 과정인 겁니다. 그런데 지금은 놀이의 주체가 컴퓨터가 되어 버렸고 아이들을 놀이로부터 소외시키기에 이르렀습니다. 사회성을 배우는 교육의 기회를 빼앗기고, 놀이 자체를 상품화하여 돈으로 놀이를 즐기도록 만들어 놓은 겁니다.
 
자치기, 제기차기, 깡통 차기, 딱지치기, 비석치기 같은 놀이는 볼 수 없습니다. 대신 컴퓨터나 게임기로 바뀌었습니다. 놀이의 소비만 있을 뿐입니다. 놀이를 통해 아이들끼리 경험하게 되는 사회적 공감 능력과 소통의 기회를 상실하게 된 겁니다. 안타까운 대목입니다. 요즘 아이들이 예전 같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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