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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아포리즘

개망초꽃

by 훈 작가 2024. 8. 27.

개망초꽂입니다.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꽃 가운데가 노른자, 가장자리가 흰자위처럼 보여 달걀 꽃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면 안개꽃을 닮았습니다. 자세히 보면 작은 국화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꽃모양을 제대로 갖추고 은은한 향기도 나는 예쁜 꽃입니다. 망초(亡草)보다 꽃이 크고 예쁘며 꿀이 많아 나비와 벌들이 많이 찾는 꽃입니다. 강한 생명력과 번식력으로 어디든지 빈 땅이면 어김없이 피는 꽃입니다. 
 
반면 망초는 꽃이 아주 작은데다 비주얼이 형편없습니다. 거기에 ‘개’ 자가 들어가면 볼품이 없다는 뜻인데 개망초꽃은 망초꽃보다 훨씬 예쁩니다. 망초는 일제 강점기 때 유입되어 밭농사를 망치고 나라가 망했다는 뜻으로 붙여져다고 합니다. 농부 입장에선 망초에 비해 개망초가 뽑기도 쉽고 농삿일에 지장이 덜해 부담이 적은 게 사실입니다. 어쨌든 망초나 개망초나 꽃이 피긴 하지만, 꽃으로 대접받지 못하는 풀입니다.
 
잡초입니다. 말 그대로 별 볼 일 없는 풀입니다. 농사에 전혀 도움이 안 되니 귀찮은 존재입니다. 오죽하면 망할 ‘망(亡)’ 자, 풀 ‘초(草)’ 자에 ‘개’ 자까지라는 이름을 붙였겠습니까. ‘개’라는 접두사는 원조 식물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그보다 못할 때 붙여 씁니다. 개복숭아, 개살구, 개다래, 개머루 개쑥부쟁이 등이 그렇습니다. 그러나 개망초 꽃은 억울할 듯합니다. 어쨌든 망초보다 더 예쁜건 분명한데 닮은 게 죄인듯 합니다.
 
잡초라는 말만 놓고 보면 우리에게 전혀 쓸모없는 존재입니다. 하지만 그건 편협한 생각입니다. 세상에 모든 건 존재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잡초일지라도 비가 많이 내릴 때 흙이 내려가지 않도록 막아줍니다. 메마른 날에는 먼지나 바람에 의한 피해도 막아줍니다. 녀석들이 없었다면, 땅이 황폐해져 흙먼지가 날릴 겁니다다. 장마철에 빗물에 흙이 씻겨져 내려가 밭농사를 엉망으로 만들어 놓을 겁니다.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나름대로 의미를 갖고 신이 세상에 보낸 겁니다. 비록 하찮은 것일지라도 자연계에서는 그렇습니다. 잡초라는 이유로 우리가 푸대접하지만,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건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단지, 인간의 관점에서만 보면 잡초입니다. 우리에게 가치가 없다고 해서 무시하면 안 됩니다. 보이지 않는 이면의 가치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느냐에 잡초도 다르게 보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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