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hoto 에세이/아포리즘

안과 밖

by 훈 작가 2024. 8. 30.

사는 건 늘 안에서 밖을 보며 삽니다. 보는 관점이 항상 <나>이기 때문입니다. 싫든 좋든 밖에 있는 모든 풍경을 내 안으로 불러들이는 게 시선의 속성입니다. 시각이라는 영역을 관장하는 감각은 밖을 보고 판단합니다. 안에서 하는 일은 느낌을 전달받은 감정과 이성의 영역에서 삶을 풍요롭게 소화시키는 겁니다.
 
밖에 있는 풍경이 내 안의 미적 감각을 자극할 때 시선이 멈추게 됩니다. 마음속에 있는 정서를 사로잡는 거죠. 이럴 땐 잠시 그 풍경과 대화를 나누어야 합니다. 영혼이 잠시 쉬어가길 원하는 시그널을 보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순간, 풍경과 교감하면서 안에 있는 감성 영역에서 정서적 즐거움을 만끽합니다.
 
이와 전혀 다른 상황도 있습니다. 행복을 추구하려고 하다 보면 사랑, 명예, 돈, 쾌락 등을 집착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밖에 있는 갈등과 부딪히게 되고 상처를 안으로 불러들이게 됩니다. 우린 스스로 선택한 고통을 겪으며 괴로워하기도 합니다. 인간은 욕망을 밖에서 안으로 불러들이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사진 속 대문은 안과 밖의 경계를 구분하는 통로입니다. 어디가 안(內)이고 밖(外)인지는 모호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다만 보는 관점은 항상 <나>입니다. 그러나 내 시선은 항상 밖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나는 밖으로 나올 수 없습니다. 안에서만 머무를 수밖에 없는 게 <나>의 시선이고 관점입니다.
 
대문 밖에 있는 풍경은 나를 보고 있습니다. 풍경의 관점에선 내가 밖(外)이고 피사체가 안(內)이될 겁니다. 난 내 관점의 풍경을 오려내어 카메라에 담습니다. 내 안에 들어온 풍경이 날 즐겁게 해 줍니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해 보면 내가 어떤 모습으로 보일지 난 모릅니다. 나도 아름답게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볼 따름입니다.
 
세월이 지나고 보니 삶의 무게 중심을 너무 밖에 두고 산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지금은 밖에 있는 욕망을 쟁취하는 게 행복의 전부가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그 순간 상처로 얼룩진 고통을 어루만져 주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왜 아등바등하며 살았을까. 스스로 묻고 싶지 않은 질문을 나에게 던져 보게 됩니다.
 
 
 
 

'Photo 에세이 > 아포리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빼빼로 과자를 닮은 꽃  (18) 2024.09.09
지겨웠던 여름  (20) 2024.09.04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22) 2024.08.29
개망초꽃  (18) 2024.08.27
빨간 태양  (14) 2024.08.26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