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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아포리즘

빼빼로 과자를 닮은 꽃

by 훈 작가 2024. 9. 9.

여름에 피는 꽃 중에 맥문동이 있습니다.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요즘은 한여름인 8월에 많이 핍니다. 꽃이 피지 않을 땐 풀처럼 보이며, 대개 잔디가 자라지 않는 땅에 관상용으로 심는 경우가 많습니다. 뿌리는 약재로 쓰입니다. 대부분 음지에서 자라며 햇볕이 잘 들어오는 소나무 아래에서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맥문동은 한겨울에도 푸른색을 잃지 않습니다. 한때 진시황이 불로초로 불렀다는 설도 있습니다. 뿌리는 보리와 비슷하고 잎은 부추처럼 보이며 겨울에도 시들지 않는다고 해서 맥문동(麥門冬)이라 부릅니다. 이름에서 보듯 보리 맥(麥)이 들어가 있고, 겨울 동()이 들어가 있음은 보리처럼 겨울을 견디어 낼 정도로 생명력이 강하다는 뜻입니다.

열정이 빨간색이라면 냉정은 파란색일 겁니다. 넘치는 에너지(빨간색)를 식혀주며 흥분된 감정을 차분하게 진정시켜 주는 색이 파란색입니다. 보라색은 그런 열정과 냉정이 만들어낸 색입니다. 뜨거움과과 차가움이 조화롭게 균형을 맞춘 색이 보라색인 겁니다.  보라색은 그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기에 우리의 감정을 이성적으로 자리 잡게 합니다.

 

맥문동이 바로 그런 꽃입니다. 소나무 향기 그윽한 아침에 맥문동 산책길을 걸으니 힐-링이 되는 것처럼 마음이 차분해집니다. 보라색 맥문동 꽃 효과 일 겁니다. 짙은 초록의 솔숲을 걷는 것만으로도 살아 숨 쉬고 있음이 행복한 시간인데, 보랏빛 양탄자를 깔아 놓은 듯한 숲길을 걸으니 피서와 힐-링이 따로 없습니다

본 이미지는 인터넷에서 내려 받았음.

꽃을 가까이서 자세히 들여다보면 엉뚱한 생각이 듭니다. 빼빼로 막대 과자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색상만 보라색이 아니라면 길쭉한 막대 과자에 초콜릿 액상을 코팅한 후 작은 아몬드 알갱이를 묻힌 빼빼로 과자와 너무 비슷합니다. 내가 보기엔 아이들에게 맥문동이 아니라 빼빼로 꽃이라 얘기해 주면 고개를 끄덕일 것 같습니다.

 

잘 알려진 맥문동 명소는 대부분 소나무 숲에 형성되어 있습니다. 여름철 더위를 식히면서 산책하기에 딱 좋은 곳입니다. 가족이나 연인은 물론 아이들과 함께 걸으면서 힐링하기에도 그만입니다. 좀 더 일찍 알았다면 아들이 크기 전에 가족과 같이 빼빼로 막대 과자 먹으면서 걸어 보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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