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pain, no gain.”
설명이 필요 없는 문구일 겁니다. 한때 산을 좋아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산에 갔습니다. 사내 등산모임 회원이었거든요. 대부분 1박 2일 산행이었죠. 어지간한 산은 다 가봤습니다. 저질 체력이 아닌지라 언제나 선두에 뒤처지지 않고 산에 올랐습니다. 힘들었던 적이 없었죠. 산행을 마친 후 서울로 오기전 회원들과 마시는 막걸리 한 사발은 정말 꿀맛이었습니다.
산행이 없는 주말은 남산에 올랐습니다. 후암동에서 하숙 생활을 했거든요. 후암초등학교를 지나 남산도서관 쪽에 있는 퇴계 이황 동상 오른편 계단을 이용해 남산 팔각정까지 좀 가파른 계단 길이지만 단숨에 올라갈 정도로 훨훨 날았습니다. 하숙집 대문을 나서면 20분 정도밖에 안 걸렸으니까요.
하숙집으로 돌아올 때는 팔각정에서 국립극장 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왼쪽 옛 중앙정보부 청사 쪽으로 이어지는 남산 공원 길이 나옵니다. 거기부터 뛰기 시작해 숭의여자대학교 뒤를 지나 소파길까지 달리면 3km가 조금 넘습니다. 소파 길에 도착하면 다시 남산으로 연결된 계단을 올라 식물원 쪽으로 옵니다. 물론 그땐 30대였죠.
수리티재는 충북 보은군 회인면 건천리에 해발 321m 고개입니다. 일출 사진 명소로 알려진 곳이죠. 고갯마루에 차를 세우고 전망대까지 걸어서 20분 정도 소요됩니다. 그런데 시작 지점부터 가파른 경사길을 올라가야 합니다. 어림잡아 50도 정도는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정말 만만치 않은 비탈길입니다.
11월 11일 새벽 6시 15분, 어둠이 가시지 않은 그 길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전에도 두 번 왔던 곳이라 낯설지 않았습니다. 카메라 가방을 둘러매고 준비한 플래시를 켜 왼손에 들고, 오른손에 삼각대를 들고 올라갔습니다. 힘들었습니다. 마음은 급한데 몸이 예전 같지 않았습니다. 60대 중반을 넘긴 나이는 어쩔 수 없나 봅니다.
20분 거리가 2시간은 족히 느껴질 정도로 길게 느껴졌습니다. 어둠이 조금씩 물러가면서 여명이 보이자 더 조급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일출보다 해뜨기 30분 전부터 밝아 오는 수리티재 여명은 환상적입니다. 그걸 봐야 하는데…. 자꾸 시간이 지체되었습니다. 결국 20분 거리를 25분 걸려 도착했습니다.
전망대에 도착하니 살 것 같더군요. 체력이 옛날 같지 않았습니다. 세월이 야속한 건 어쩔 수 없죠. 나라고 별 수 있나요. 산 정상에서 맞이하는 찬란한 여명의 빛. 정말 아름답습니다. 고통 없이 맛볼 수 없는 기쁨이죠. 특히, 산 정상에서 찍은 사진은 고통의 산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게 어느 산이 든 간에.
현역일 땐 정신적으로 힘들었죠. 이젠 육체적으로 무리하면 안 되는 나이가 되었나 봅니다.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행복이란 욕망은 늘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이잖아요. 방 안에서 할 수 있는 건 고작 글쓰기밖에 없으니까요. 밖에서 찾을 수밖에. 역설적인 표현일지 모르지만, 가장 힘들었다는 것은 그만큼 행복했다는 말일 겁니다.
“No pain, no g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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