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에게 자유가 주어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내 생각엔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냐고요. 생각해 보세요. 그들은 자유가 뭔지 모를 겁니다. 한 마디로 감당하기 어려운 개념이죠. 쟁취해 얻은 거라면 달라지죠. 하지만 그냥 주어진 자유라면 주체할 수 없어서 어찌할 바 모를 겁니다. 평생 시키는 일만 해왔으니까요. 실제로 남북전쟁이 끝난 후 노예가 해방되었지만, 일하던 농장에서 떠났던 노예들이 다시 돌아온 사례가 적지 않았다고 합니다.
짙은 안갯속을 걸어 본 일이 있나요? 아무도 없는 숲이나 들에서. 설령 있다고 해도 앞이 안 보이니 답답함은 말할 것도 없을 겁니다. 사는 것도 안갯속을 걷는 것처럼 볼 수 없는 시간 속을 걷는 겁니다. 날마다. 시각적으로 답답하진 않습니다. 왜냐하면 하루의 일상은 정해진 틀 안에서 이루어집니다. 출근부터 퇴근까지 대부분 반복되죠. 구속받는 삶인데 자유를 빼앗겼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은퇴가 현실이 된 상황이면 다릅니다. 구속된 자유를 찾았는데 감당하기 버거운 걸 깨닫게 됩니다. 다시 일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물론 경제적인 이유도 있죠. 그러나 나는 안갯속에서 헤매느니 차라리 자유라는 빈 시간과 공간에서 뭔가를 채우며 지루함을 잊고 싶었습니다. 이런 것 조차도 없으면 오히려 주어진 자유가 스트레스가 되고 우울증이 될 가능성이 높거든요.
막연한 은퇴 생활은 안갯속을 걷는 거나 다름없습니다. 눈뜨면 무한 자유가 짙은 안개가 되어 나를 기다립니다. 오늘은 또 어떻게 보내지? 버겁기만 한 자유. 마치 안갯속에서 헤매듯 답답함과 마주하게 됩니다. 내 경우 실제로 그렇게 느껴졌던 상황이 있었습니다. 한두 달 정도 그렇게 지냈죠. 짙은 안갯속 같았던 자유였죠. 사회생활이라는 구속에서 벗어난 자유의 달콤함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티스토리는 작은 도전이자 안갯속에서 찾은 인생 후반전의 내비게이션이었습니다. 컴퓨터 울렁증이 있을 정도로 디지털 문맹인이었던 내가 할 수 있을까? 자신이 없었죠. 그간 취미로 했던 사진과 글쓰기를 콘텐츠로 하면 가능할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소심한 성격 탓인지, 생각에만 머물렀습니다. 그러다 시작한 티스토리. 얼마나 버틸까? 걱정부터 앞섰는데, 일단 해보자, 하며 날마다 난 나를 응원했습니다.
내 사전에 포기란 없다. 때론 밖에서 사진 찍으러 다니랴, 또 안에서 글 쓰랴,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콘텐츠 자체가 평범하지 않으니까요. 거기에 동인지에 실릴 단편소설도 써야 하니 남다른 열정이 더 필요했습니다. 돌이켜보니 그걸 다 해냈습니다. 칭찬은 나를 나답게 해 줍니다. 난 칭찬받을 만해. 칭찬에 인색한 내가 나를 칭찬하려니 쑥스럽긴 하지만 스스로 격려해 주며 한 해를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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