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hoto 에세이/행복, 그대와 춤을

올해 가장 몰두 했던 일은?

by 훈 작가 2024. 12. 11.
이미지 출처 : pixabay

고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게 어떤 상황이든. 과할지 모르지만  정답만 고르는 교육을 받아 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 끝판 왕이 수능일 겁니다. 문제지를 받으면 골라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몰두해야 합니다. 하지만 어려운 문제와 마주하게 되면 머리가 아프기 시작합니다.  답만 고르는 우리 교육의 슬픈 자화상입니다. 
 
올해 가장 몰두했던 일은? 마치 난이도 높은 수능 시험 문제를 푸는 기분입니다. 고3 수험생처럼 잠시 몰두해 봅니다. 답이 있을 듯한데 콕 집어 이게 정답이다라고 떠 오르는 게 없습니다. 답을 찾지 못하면 답답합니다. 생각하는 시간이 길어지죠. 풀긴 풀어야 하는데…. 멀뚱멀뚱 문제만 봅니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이 문제가 어려운 이유는 딱 한 단어 때문입니다. 바로 ‘가장’이란 수식어입니다. 이 말 때문에 다시 올 한 해를 되돌아보았습니다. 역시 ‘가장’이란 말에 자꾸 걸립니다. 그래서 일단 ‘가장’이란 말을 빼고 문제를 풀어 보기로 했습니다. 그럼, 무얼까? 세 단어가 떠오릅니다. 첫째가 사진, 두 번째가 블로그, 세 번째가 소설입니다.
 
사진. 언제나 출사지에 나가면 몰두하죠. 피사체를 고르는 일에, 그다음 피사체를 선택하면 렌즈를 통해 들어오는 이미지를 아름답게 표현해 내기 위해 몰두합니다. 노출, 조리개, 빛의 방향, 초점 맞추기, 화이트밸런스 등 멋진 사진을 결정하는 요소를 선택하는데 온 정성을 기울이게 됩니다. 셔터를 누르는 순간마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블로그. 오늘은 뭘 올리지? 폴더 속 사진을 불러옵니다. 수많은 사진을 넘겨 가면서 사진을 골라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몰두하게 되죠. 때론 한 장만, 때론 서너 장을. 사진을 고르면 또 몰두하게 됩니다. 사진에 어울리는 키워드를 찾아야 하니까요. 주제어를 찾는 과정을 마치면 글을 써야 하고, 이를 다시 올려야죠. 마지막까지 몰두해야 합니다.
 
소설. 설명이 필요 없죠. 사진이나 블로그와 달리 짧은 시간에 끝나는 일이 아니잖아요. 사진이나 블로그에 비해 상대적 몰두하는 시간이 불규칙합니다. 스토리 구상이나 전개가 잘 풀리는 날엔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몰두하죠. 반면 컴퓨터 앞에 앉아 몰두하더라도 풀리지 않는 날에는 멍 때리기만 합니다. ‘몰두’라는 단어 하나로 단칼에 끝나지 않거든요.

이미지 출처 : pixabay

사진, 블로그, 소설 이 중에 일 년 내내 ‘몰두’라는 단어와 동행한 것은 블로그였습니다. 단 하루도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으니까요. 사진은 찍을 때만, 소설은 랜덤(random)이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올해 가장 몰두했던 일은 블로그입니다. 포스팅하려면 시간 내서 사진을 찍어야 했고, 또 글 쓰는데 몰두해야 했거든요.
 
올해 가장 몰두했던 일은? 어느 한 시점, 어느 한 일에 국한하여 정답을 찾는다면 내겐 답이 없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블로그가 정답입니다. 포스팅할 콘텐츠를 만들려고 일 년 내내 몰두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니까요. 내년에도 똑같은 문제를 출제한다면 어쩔 수 없이 똑같은 답안지를 제출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Photo 에세이 > 행복, 그대와 춤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로그-아웃  (18) 2024.12.31
올해 가장 인상 깊었던 장소는?  (100) 2024.12.22
남는 건 사진밖에 없어!  (26) 2024.12.07
올해 나를 칭찬한다면?  (110) 2024.12.05
올해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90) 2024.12.02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