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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라떼별곡

올해 나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점은?

by 훈 작가 2024. 12. 13.
이미지 출처 : pixabay

난 바보였습니다.
 
이번만은 아닐 거라 확신했었습니다. 아, 그런데 결국 빗나갔습니다. 실망을 넘어 화가 났습니다. 왜 이런 걸까? 왜 이렇게 사람 보는 줄 모르는 걸까? 번번이 사기당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내가 이렇게나 바보였나. 이 정도였나. 부끄럽지만 내가 바보라는 걸 며칠 전 다시 알게 되었습니다.
 
국정농단에 당하고, 내로남불에 당했던 나. 다시는 당하지 않아야지 다짐하고 투표장에 가서 찍었습니다. 사실 그간 불안, 불안했지만 설마 했습니다. 그런데 설마가 사람 잡는다더니 그 말이 맞았습니다.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났습니다. 그것도 21세기 대한민국 서울에서.
 
TV 자막에 속보가 뜰 때 처음엔 잘못 본 줄 알았습니다. 뜬금없이 이게 뭐지? 지금 시대가 어느 때인데…. 아닐 거야. 뭐가 잘못된 거야. 믿고 싶지 않았는데 실시간으로 동영상이 TV 화면에 생중계되었습니다. 현실이더군요. 눈을 의심했지만. 아, 이건 정말 아닌데. 국민을 뭘로 보고 이러는 거지.  
 
그간 나를 바보로 만든 권력자들이 있었죠, 그래서 이번만은 바보가 되지 않으려고 했는데, 또 나를 바보로 만들었습니다. 믿은 게 바보인지, 속은 게 바보이지. 바보가 되는 건 한순간입니다. 누굴 욕하겠습니까. 내 손으로 뽑았는데. 더 이상 바보가 될 일은 없을 거라 믿었는데…. 정말 참담합니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이 나이에 또 깨달았습니다. 내가 바보였다는 걸. 어디에 하소연할 데도 없고. 차라리 이참에 선진국에서 정치지도자를 수입해서 쓰면 안 될까? 스포츠 분야에선 이런저런 선수들을 수입해서 쓰는데, 정치 분야에서는 왜 안 될까? 국민의 자존심 때문일까? 엉뚱한 생각을 해 봅니다.
 
올해 나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것은? 내가 바보였다는 사실입니다.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뽑았다고 생각했는데 엄청난 착각이었습니다. 미처 몰랐습니다. 내가 이렇게 사람 보는 눈이 없는 줄은. 두 번 다시는 당하지 않을 거라 했었는데 또 이렇게 되었네요. 아, 정말 미치겠다. 진짜 싫다 싫어. 짜증을 넘어 욕 나오려고 합니다. 
 
다른 분야는 세계에서 부러움을 사는 데, 유독 정치 분야는 조선시대에 머물러 있는 듯합니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죠. 오로지 권력욕만 있고 도덕과 윤리는 내팽개친 채 국민을 위하는 척합니다. 서민들은 숨쉬기조차 힘든데, 입만 열면 국민을 위한다고 하는 정치인이 아닌 정치꾼의 그 말, 그게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문제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입니다. 
 
2024년 마지막 달입니다. 바보가 아닌 줄 알았는데 다시 바보가 된 걸 알았습니다. 11월까지는 안 그랬는데. 졸지에 그렇게 되었네요. 세상이 좀 시끄럽긴 했었어도 이 정도 일줄이야. 참 요지경입니다. 바보처럼 살려고 하지 않았는데 또 어쩌다 보니 또 내가 바보였습니다. 믿기 싫지만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바보였다는걸. 참 우울한 연말입니다. 오, 신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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