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이 뭐길래. 정말 봄이 뭐길래 이토록 애타게 그리워했을까? 봄이 뭐길래 누군가에겐 가슴 설레게 하는 계절인가. 봄이 뭐길래 우리는 혹독한 추위를 견디게 하는 걸까? 겨울이 없다면 우린 봄을 어떻게 생각했을까? 수많은 봄과 만나고 보냈는데 난 물음에 단 한 번도 난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습관적으로 봄을 홀대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오늘도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춘삼월의 일출을 만났습니다. 본능적으로 봄을 그렇게 기다렸고 만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물음에 대해 뭔가 대답을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분명 난 봄을 그리워했고, 봄이 있어 겨울을 견뎌내게 했던 게 사실입니다.
겨울 풍경이 지워진 아침입니다. 춘삼월이니 또 봄이 왔나 보다 하고 일출을 만났습니다. 우선 급한 마음에 물음에 대해 생각할 겨를 없이 카메라를 들었습니다. 모든 게 때가 있듯이 일출도 때를 놓치면 사진을 찍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매직 아워라는 타임에 맞추어 셔터를 눌러야 그런대로 괜찮은 사진을 찍을 수 있거든요.
겨울과 달리 일출 느낌이 다릅니다. 같은 태양인데 겨울 아침에 만나는 해와 춘삼월 아침에 만나는 해는 확연하게 다릅니다. 따스함과 부드러움의 차이만이 아닙니다. 감성적인 느낌의 차이가 그렇고, 빛이 연출하는 분위기가 그렇습니다. 그래서 춘삼월의 일출이 고즈넉하고 한없이 목가적인 이미지로 다가옵니다.

같은 빛이라도 겨울은 음울하고 어둡게 느껴집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겨울 일출은 마치 두터운 패딩 옷을 입은 것처럼 일출의 빛도 움츠린 듯한 분위기입니다. 반면 춘삼월의 일출은 한결 부드럽습니다. 겨울 패딩 옷을 벗어던진 것처럼 빛이 살갑게 다가와 살결에 닿는 느낌이 듭니다. 그 차이가 확연합니다.
이젠 물음에 답해야 할 차례입니다. 봄은 영어로 ‘Spring’입니다. 하필이면 왜 스프링일까. 모르긴 해도 겨우 내내 숨죽이고 지내던 생명체들이 세상 밖으로 봄햇살을 만나기 위해 ‘Spring’처럼 툭 튀어나오고 싶은 본능 때문에 그렇게 비유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래서 생동하는 봄을 영어로 'spring'이라 했을 겁니다.
이 때문에 봄을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이라 하는 듯합니다, 얼어붙은 겨울 속에 눌려있던 자연이 기지개를 켜며 땅 위로 ‘툭’ 밀고 나오는 변화가 봄입니다. 다른 한편으로 봄은 땅을 억압했던 겨울에 대한 저항입니다. 땅은 햇살을 받아 자유를 깨닫습니다. 그 저항의 에너지가 스프링처럼 솟아올라 만물을 소생시키는게 봄입니다.
겨울의 억압을 견디고 이겨낸 봄은 춘삼월의 햇살을 받아 생동합니다. 꽉 눌렀던 스프링을 놓으면 튀어 오르는 것처럼 모든 생명은 자유를 찾으려 저항하는 겁니다. 햇살은 그 희망을 불어 넣어 주는 겁니다. 봄이 뭐길래 그리워했는지 이젠 알 것 같습니다. 자유때문입니다. 그 봄이 품고 있던 자유, 난 그게 그리웠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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