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hoto 에세이/감성 한 잔

지는 해

by 훈 작가 2025. 3. 6.

"똑-똑-똑"
 
나는 밤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침묵이 문을 열어줍니다. 어둠은 항상 그러했듯 말없이 날 침실로 안내했습니다. 난 그에게 몸을 맡겼습니다. 일상의 피로가 시나브로 풀립니다. 밤은 날 그렇게 품에 안고 잠듭니다.
 
난 꿈을 꿉니다. 일상에서 만났던 기억이 되살아납니다. 바람이 놀다간 자리에 꽃이 피고, 향긋한 꽃내음이 하늘로 퍼집니다. 초록의 숲에선 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들립니다. 시냇가 물소리가 정겨운 일상의 서사를 만듭니다.
 
누군가 지금껏 살아온 세월 중에 오늘이 최고로 행복했다고 합니다. 어제는 살기 위한 일상이었는데 오늘은 사랑하기 위한 하루를 살아 행복했다는 겁니다. 이런 소릴 들으며 퇴근할 땐 기분이 좋습니다.
 
나는 늘 그런 하루를 선물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내 마음 같지 않은 모양이다. 누군가는 오늘 하루를 생각조차 하고 싶지 않다고 투덜댑니다. 이럴 땐 나도 모르게 퇴근길 마음이 무겁습니다.
 
밤은 모든 희로애락을 안아 줍니다. 내가 만든 일상의 모든 것들을 위로해 줍니다. 아무말 없이. 어둠이 만든 침묵은 누군가에겐 공포일 수 있지만, 나에겐 항상 휴식의 안식처입니다. 그래서 언제나 감사한 마음입니다.
 
만족을 모르는 삶은 늘 불행합니다. 살아 숨 쉬는 것조차도 불만일 수 있습니다. 일상에 대한 감사하는 마음이 없기 때문입니다. 나는 빛을 잃는다고 밤을 원망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와 숼 수 있어 행복합니다. 
 
 
 

'Photo 에세이 > 감성 한 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 안개  (20) 2025.03.24
봄 타지 마세요  (34) 2025.03.20
봄이 뭐길래  (18) 2025.03.04
미련  (15) 2025.03.03
겨울 그림자  (22) 2025.02.19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