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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행복, 그대와 춤을

힐-링(healing)

by 훈 작가 2025. 10. 16.

글을 쓰다 보면 헷갈릴 때가 있다. 단어 선택 문제다. 오늘도 힐-링이란 단어를 놓고 고민 아닌 고민을 하고 있다. 의미 때문이다. 누구나 어떤 뜻인지는 대충 다 안다. 그러나 글은 생각이나 의미가 정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단어가 지닌 의미와 다르게 전달되면 글을 쓰는 사람과 독자 사이에 괴리가 생긴다.

 

-링은 우리말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말처럼 자연스럽게 입에 오르내린다. 속된 말로 개나 소나 유행처럼 -, -한다. 그런데 이때 힐-링이 어떤 뜻으로 쓰이는 것일까. 영어로 heal‘(상처 또는 병이) 치유되다, 고치다, 낫게 하다.’라는 뜻이다. 육체적 상처의 회복을 뜻한다. 아마 모르는 사람이 없을 듯싶다.

 

만약 (정신적) 치유의 의미로 마음을 달래다.’ 뜻을 생각하고 말하려면 ‘soothe’를 써야 한다. 그런데 우리가 힐-링이라고 보통 말할 때 ‘soothe’가 아닌 ‘heal’를 쓰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어쩌면 콩글리시에 가까운 단어를 오용하고 있는 듯하다. ‘healing’을 그렇게 쓰는지는 나도 모른다.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럼에도 힐링(healing)’ 말을 나도 쓸 수밖에 없다. 글을 읽는 독자 관점에서 무슨 말을 하려는 지 오해가 없어야 하니까. 어쩔 수 없다. 일상에서 우리가 말하는 힐-링은 ‘soothe’이지만, 여기에서는 -(healing)’으로 써야만 의사소통이 원만하게 이루어질 것 같아 ‘soothe’를 버리기로 했다.

 

-링이 절실한 시대다. 마음의 억눌림(스트레스), 감정의 상처, 심리적 불안, 우울감 등 많은 이들이 (말은 안 해도) 이런 고통에 시달린다. 해소하는 방법도 다양하다. 맛집 순례, 책 읽기, 조용한 오솔길 걷기, 쇼핑, 영화, 여행, 노래 부르기, 심지어 게임도 요즘은 힐-링이다. 때로는 조용한 카페에서 커피 한잔 마시며 멍 때리는 것도.

 

-링은 기분전환의 시간일 수 있지만, 나는 원래 모습으로 되돌려 놓는 시간이라 생각한다. 즉 사회적 역할에만 묻힌 나를 되찾는 과정이다. 단순하게 잊으려고 하는 현실도피나 일회성 탈출은 힐-링이 아니다 다시 말해 사회적 가면을 벗어던져 비려야 한다. -링을 통해 진짜 내 모습, 순수한 자연인 <나>로 회복해야만 진정한 힐-링이다.

 

그런 관점에서 나의 힐-링은 사진과 글쓰기다. 나는 자연 속에 있는 풍경 사진을 즐겨 찍는다. 한 편의 시가 담긴 듯한 사진을 찍으려고 노력한다. 시적인 느낌이 풍기기는 좋은 사진을 찍으려면 카메라 앵글 속에 넣어야 할 주제를 잘 찾아야 하고, 풍경을 허투루 흘려보내지 말아야 한다. 시인의 시선으로 몰입하다 보면 내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글쓰기도 비슷하다. 생각을 글로 옮기는 게 글쓰기다. 흐트러진 마음으로는 글을 쓸 수 없다. 내 안의 영혼이 잔잔한 호수처럼 맑아져야 문장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게 안 되면 첫 문장부터 시작할 수 없다. 설령 시작해도 바로 막혀 다음 문장을 이어갈 수가 없다. 주제에 빠져들면 거짓말처럼 힐-링이 된다. 진정한 내 마음이 샘솟듯 나온다.

 

사진이 이미지로 내 본래의 마음을 표현하는 힐-링의 장르라면 글쓰기는 문자로 내 마음을 드러내는 힐-링의 시간이자 공간이다. 전자는 동적인 힐-링이고, 후자는 정적인 힐-링인 셈이다. 내가 찍은 사진을 보며 글과 조화를 시키려고 머리를 싸맨다. 그런 의미에서 <수다 한 잔, 사진 한 장>은 나의 힐-링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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