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떠날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화려했던 삶, 그보다 마지막 가는 여정이 더 중요하다. 노년의 삶이 노욕(老慾)으로 이어져서는 아름답지 못하다. 잘 나가던 시절, 미련을 버리지 못함은 추한 삶이다. 그 시절을 집착하는 것은 꼰대 중의 왕 꼰대다. 노년의 생은 인생이란 문장의 쉼표다. 마침표를 찍기 전 마지막 자유와 참회의 시간이다.
어떠한 권력도 세월을 거스르지 못하는 법이다. 지는 잎은 화려한 날의 빛을 버리고 떠난다. 조용히 평상심으로 지난 인생의 업보를 돌아보고 자연에 순응하는 자세를 보이며 순례자의 길을 걷는다. 그게 태양으로부터 받은 사랑을 누리고 다시 다음 생을 위해 인연의 바통을 넘겨주는 일이다. 이것이 더 머무르지 않고 떠나야만 하는 이유다.
찬란했던 과거의 영광을 아쉬워하면 안 된다. 어떠한 권력도 떨어지는 낙엽의 아름다운 뒷모습을 배워, 새로운 세대를 위한 밑거름이 되는 길을 걸어야 한다. 세월의 주인은 늘 자연 앞에 겸손했다. 그게 현명한 권력의 지혜로운 선택이다. 남은 시간은 더 겸손하고 자세를 낮추며 잠시 쉼터에서 자신을 돌아보야 한다.
노욕 뒤에 숨어 있는 비참함은 피해야 한다. 세조를 도운 한명회는 영의정을 두 번 지냈다. 두 딸을 예종과 성종 왕비로 만들어 화려한 권력을 누렸다. 하지만 사후 어땠는가. 갑자사화 때 부관참시당하지 않았는가. 그가 선택한 노년의 삶은 화려한 단풍의 꿈에 사로잡혀 가을의 손을 뿌리치지 못했다. 그래서 두 번 죽어야 하는 오욕의 삶을 산 것이다.
바람에 떨어진 단풍잎, 이젠 마지막 자유를 즐기며 돌아볼 시간이다. 세월의 끝자락인 겨울에 마침표를 찍기 전까지. 유유자적 바람 따라가고 싶은 곳도 가고, 때론 발길 머무는 곳에서 자유를 누리고 때론 참회해야 한다. 인생이란 문장의 마침표를 찍어도 역사는 정의를 기억한다. 버리고 떠나는 이 계절, 어떻게 2025년 마침표를 찍을 것인지 돌아볼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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