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
한국인이면 소월의 시(詩)가 진달래꽃이 떠오를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마 두말하면 잔소리겠죠. 우리의 정서상 진달래꽃은 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꽃이라 생각하니까요. 진달래꽃이 소월의 시(詩)처럼 사랑받고 있을지는 모르지만, 봄이면 실제로 진달래꽃을 찾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 같은 생각도 듭니다.
동요 ‘고향의 봄’이 생각납니다. 시골 촌뜨기였던 어린 시절 참 많이 불렀습니다. 아무런 이유도 모르고 진달래꽃을 따려고 동네 이산 저산 어른들을 따라다녔던 생각이 납니다. 요즘 아이들은 그럴 시간도 없을 테고 아예 따라다니지도 않겠죠. 학교 수업이 끝나자마자 이 학원 저 학원 뺑뺑이 도느라 바쁠 테니까요.
고등학교 국어시간이던가요. 진달래꽃을 두견화(杜鵑花)라고도 배운 기억이 납니다. 두견새가 밤새 피를 토하며 울어, 그 피로 꽃이 분홍색으로 물들었다는 전설을 들은 듯합니다. 또 진달래 가지를 꺾어 꽃방망이를 만들어서 앞서가는 아가씨의 등을 가볍게 치면 사랑에 빠지게 된다는 얘기도 있고, 장원급제를 상징한다는 얘기도 들은 듯합니다.

한때 철쭉과 혼동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비슷해 보였거든요. 하지만 철쭉은 진달래보다 훨씬 늦게 피기 때문에 헷갈리는 경우는 드물죠. 게다가 진달래처럼 먹을 수 없는 꽃이어서 어른들은 ‘개꽃’이라 부르기도 했습니다. 꽃에 강한 독성이 있어 심하면 중독 증세가 있다고 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진달래꽃을 따다 찹쌀가루로 반죽해 동그랗게 빚어 불위에 엎어 놓고 기름을 두른 다음 떡을 놓고 살짝 지진 다음 진달래 꽃잎을 얹어 한 번 더 슬쩍 익혀 둘러 먹던 게 화전(花煎)입니다. 화전을 만들 때 중요한 건 떡을 만들기 전 진달래꽃의 수술을 반드시 제거하는 일입니다. 이유는 철쭉꽃만큼은 아니지만 독성 때문입니다
화전놀이’가 고려시대부터 전해 내려오던 세시풍속으로. 음력 삼월 삼짇날, 진달래꽃을 따다가 전을 부치고 떡을 만들어 먹었다고 합니다. 술을 좋아하는 동네 어르신들은 진달래꽃으로 술을 담가 먹기도 했다고고 합니다. 한편 진달래꽃을 먹을 수 없는 철쭉꽃에 대해 먹을 수 있는 꽃이라는 뜻으로 참꽃이라고도 불렀답니다.
삼월도 중순으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올해는 예년보다 기온이 따뜻해 개화가 일주일 정도 빠를 것이라는 기상 당국의 예보입니다. 봄기운이 꽃들을 재촉하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듯합니다. 추억을 먹고사는 나이 탓인지 새삼 진달래꽃이 기다려집니다. 안타깝게도 ‘화전(花煎) 놀이’ 같은 세시풍속이 이제 국어사전에나 볼 수 있는 세상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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