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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라떼별곡

독야청청(獨也靑靑)

by 훈 작가 2026. 3. 18.

‘왕과 사는 남자’가 관객 1,000만 명을 돌파하면서 장안의 화제다.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단종이 주목받고 있는 모양이다. 유배지였던 영월은 평소 보다 관광객들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청령포를 휘감고 도는 서강 나루터와 단종의 무덤인 장릉이 대표적이다. 어쨌든 영화 '왕과 사는 남자'는 대박이 났다.
 
재조명받는 인물 단종은 역사 속 비극의 주인공이다. 가해자는 수양대군, 그는 오늘날로 치면 쿠데타(계유정난)를 일으킨 내란의 장본인이다. 여기서 우리는 알아야 한다. 수양대군의 야망이 시대정신을 역행한 사실을. 현대사로 말하면 80년 '서울의 봄'을 총칼로 짓밟은 전두환과 전혀 다를 바가 없다.
 
훗날 몰랐던 사실을 하나 알았다. 성삼문, 박팽년, 신숙주도 계유정난의 정당성에 동의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수양대군이 왕의 자리에 오르는 건 못마땅하게 여겼다. 왕이 부족하더라도 신하들과 함께 나라를 이끌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단종은 수양대군에게 주공(周公)의 역할을 기대했다. 그러나 그의 야욕으로 유교적 왕정의 이상향이 좌절되고 말았다.
 
당시 왕의 종친들은 벼슬을 할 수 없는 게 관례였다. 그런데 수양대군은 영의정과 병조판서를 겸하며 권력을 휘둘렀다. 결국 성삼문 등 사육신과 안평대군을 죽이고, 상왕을 노산군으로 강등시켜 청령포에 유배시켰다. 금성대군도 역모를 꾸민다는 핑계로 끝내 친동생과 조카에게 사약을 내렸다. 그 뒤에 항상 역적 한명회가 있었다.
 
이런 역사의 흐름 속에 빛나는 인물이 사육신(死六臣)이다. 단종의 복위를 도모하다 사전에 발각되어 처형당한 여섯 신하를 말한다. 그들이 성삼문, 박팽년, 이개, 하위지, 유응부, 유성원이다. 임금을 여섯 명이나 섬기고 부귀영화를 누렸던 한명회와 너무 대비된다. 아무리 부귀영화를 누리고 살면 무엇하랴, 결국 한명회는 부관참시(剖棺斬屍) 당했는데.
 
역사 속엔 한명회처럼 권력에 빌붙어 꿀만 빨아먹는 간신이 있는가 하면 사육신 같은 충신도 있다. 권력에 아첨하는 간신들이 지조와 절개를 내팽개칠 때 이를 굳세게 지키는 신하들이 있어 오늘의 대한민국이 존재한다. 새삼 오늘의 정치 현실을 돌아보며 나라를 위해 몸을 던지는 사육신 같은 충신들이 얼마나 있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요즘 정치 현실을 보면 왜 섬삼문 같은 사육신이 그리워질까. 홀연  그의 절의가(節義歌)가 떠오른다.
 
이 몸이 죽어가서 무엇이 될꼬 하니
봉래산 제일 봉에 낙락장송 되었다가
백설이 만건곤할 제 독야청청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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