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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라떼별곡

벼랑 끝에…

by 훈 작가 2026. 3. 22.

금줄

 

혹시 Gold chain? 아닙니다. (gold)이 아니라 금할 ()’ 자의 금줄입니다. 아마 생소한 말이라고 느끼는 사람이 분명히 있을 듯합니다. 옛날 시골에서 아이가 태어나면 그 집 대문에 금줄을 쳤던 걸 말합니다. 지금은 보기 힘듭니다. 어쩌면 아예 사라진 옛 풍속일지도 모릅니다.

 

조금 더 설명하자면 사내일 경우 숯과 빨간 고추를 사이사이 꽂고, 아닐 경우는 작은 솔가지와 숯을 꽂아 대문 양 기둥에 금줄을 쳐 21일 동안 외부 사람의 출입을 막았습니다. 어른들은 부정 타는 걸 막기 위해서였는데, 사실은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면역력이 약한 영아의 사망률을 낮추기 목적이었다고 합니다.

 

뜬금없이 금줄 얘기를 꺼낸 이유는 소나무 때문입니다. 소나무는 우리가 태어나면서부터 이렇게 인연을 맺었죠. 선조들은 소나무 가지로 불을 지펴 밥도 짓고, 소나무껍질이나 송홧가루도 먹었습니다. 이뿐만 아니죠. 농기구, 목기, 제기 등 생활 도구를 소나무로 만들어 살다가 마지막 인생 여정에는 소나무로 만든 관에 잠듭니다.

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가 소나무라고 합니다. 애국가 2절에 첫 소절은 남산 위에 저 소나무로 시작됩니다사계절 내내 푸른 소나무, 기쁠 때나 슬플 때나 괴로울 때나 우리의 삶과 같이 했습니다. 선조들은 충성과 절개를 뜻하는 충절의 나무라고 불렀죠. 이렇듯 소나무는 한국인 정서와 떼려야 뗄 수 없습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우리의 소나무가 신음하고 있습니다. 국민적 관심을 받지 못하는 사이에 죽어가고 있는 겁니다. 이른바 소나무 에이즈로 불리는 소나무재선충병이 전국으로 확산하면서 방제 체계에 비상이 걸린 상태입니다. 산림 당국이 총력을 기울여 힘쓰고 있긴 하지만 뾰족한 수단이 없는 듯합니다.

 

한국인의 상징과도 같은 소나무, 벼랑 끝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매년 봄철이면 빈번하게 발생하는 산불로 우리의 산이 폐허로 변하고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 또 봄꽃이 피면 전국의 산야는 상춘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룰 겁니다. 그땐 벼랑 끝에 선 저 소나무를 누가 지켜 주지.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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