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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라떼별곡

헷갈려

by 훈 작가 2026. 4. 1.

살구꽃

어머! 벌써 벚꽃이 지네. 바닥 좀 봐.”

“이게 웬일이야. 이게 다 지구 온난화 때문인가.”

"이러다 바로 여름이 오는 거 아냐."

"그럴지도 모르지."

 

지나가는 두 여인의 대화다. 이게 아닌데~. 얘기하고 싶었다. 이제 막 벚꽃이 피기 시작할 때인데 뜬금없이 엉뚱한 소리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해한다. 두 사람이 헷갈리는 까닭을. 아마도 살구꽃과 벚꽃이 비슷해 헷갈리는 모양이다. 살구꽃을 벚꽃이라고 한 걸 보니 아직도 구분하지 못하는 모양이.

꽃눈이 되어 떨어진 살구꽃잎

두 사람이 지나가는 걸 보고 살구꽃이라 말해 줄까 말까 망설였다. 그러나 끝내 말하지 못했다. 아는 척하고 나대는 것 같아서다. 혹여 말을 붙이다 속된 말로 그들에게 무슨 수작이라도 하는 행동으로 오해받을 수도 있는 일이다. 남 일인데 괜히 끼어들었다가 본의 아니게 망신이라도 당하면 나만 손해다.

 

그런데 올해는 벚꽃이 예년보다 10일이나 일찍 핀다고 하니 어쩌다 산책 나온 사람들 눈에는 어! 벚꽃이 벌써 폈다 지나? 할 수도 있을 법하다. 예년 같으면 적어도 4월 첫 주나 되어야 꽃이 피기 시작할 텐데 남녘은 벌써 만개해 절정에 이르렀다고 하니 지역에 따라 빨리 폈으면 헷갈릴 만도 할 것 같다.

벚꽃(왼쪽), 살구꽃(오른쪽)

주변에 어떤 사람은 스마트 폰으로 살구꽃 사진을 찍어 AI 이미지 검색까지 해 화면에 나온 결과 문구( 사진 속의 꽃은 벚꽃입니다’)까지 보고 믿는 사람도 있다. AI도 살구꽃을 벚꽃이라고 답할 정도이니, 사람이 헷갈리는 건 전혀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벚꽃이 아니라 살구꽃이 맞다.

 

살구꽃과 벚꽃은 쌍둥이처럼 정말 닮았다. 꽃도 그렇지만 피는 시기도, 나무 크기나 모양도 비슷하다. 구분하는 게 쉽지 않다. 그래서 모르는 사람들은 헷갈린다. 다만 살구꽃이 먼저 피고 질 무렵이면 벚꽃이 피기 시작한다. 대개 그 시기가 3월 말이다. 단지 이름만 들어 보고 살구꽃을 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벚꽃으로 착각할 수 있다.

벚꽃과 비슷한 살구꽃

구별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가장 쉬운 것은 피는 시기다. 그다음은 꽃자루다. 살구꽃은 꽃자루가 가지에 살짝 붙어 핀다. 하지만 벚꽃은 꽃자루가 2~3cm 정도로 길어 가지에 붙어 핀다. 때문에 살짝 바람만 불어도 흔들린다. 이렇게 자세히 보면  두 꽃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꽃잎도 다르다. 살구꽃은 둥글고, 벚꽃은 꽃잎이 톱니처럼 갈라져 있다.

 

헷갈리는 얘길 하다 보니 학창 시절에 시험 볼 때 일이 생각난다. 시험공부를 어설프게 한 나머지 정답이 번 같기도 하고, 번 같기도 하고 헷갈릴 때가 많았다. 적당히 찍고 나오면 그 문제는 꼭 틀렸다. 세상일도 비슷하다. 어설프게 아는 것보다 확실하게 알아야 한다. 헷갈리면 뭔가 결정할 때 자신감이 없다. 헷갈리면 정확하게 짚고 넘어가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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