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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감성 한 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by 훈 작가 2026. 4. 7.

한 시골 마을의 무도회에 가던 길에 청년이 여인에게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이후 그녀에게 약혼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계속 만났죠. 심지어 여인을 향한 사랑의 감정을 숨기고 약혼자와 친분을 맺습니다. 그러다 실의에 빠져 떠납니다. 결국 여인이 약혼자와 결혼한 사실을 알고 절망에 이르죠.

 

젊은이는 다시 돌아와 여인에게 사랑을 고백하면서 세 사람은 심한 갈등을 겪습니다. 결국 그의 사랑은 거절당하고 깊은 절망에 빠지고 말죠. 좌절감에서 벗어나지 못한 젊은이는 권총으로 자신의 목숨을 끊어버려 생을 마감합니다. 청년의 여인에 대한 뜨거운 사랑은 누구도 막을 수 없는 비극으로 끝나고 맙니다.

 

눈치챘겠지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내용입니다. 불멸의 명작이라 일컫죠. 그런데 말입니다. 난 이해할 수 없었고. 감동도 느끼지 못했죠. 감성지수가 낮은 탓인지, 연애 세포가 무딘 탓인지 전혀 공감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20대 초반 이걸 읽어보지 않고서는 안 될 정도로 또래끼리 대화하지 못할 정도로 필독 소설이었죠.

 

한 여인을 뜨겁게 사랑할 수 있지만 자살이 너무 현실적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미 결혼할 상대가 있는데 왜 사랑하는지 그것도 상식적이지 않아 의아했죠. 그런 이유로 친구들끼리 이렇고 저렇고 대화가 오갈 땐 아예 끼어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느닷없이 조용히 듣고만 있던 내게 질문이 날아왔습니다.

너는 베르테르의 사랑을 어떻게 생각하냐?”

사랑? , 소설이야. 소설~. 그리고 어차피 이루어질 수 없었던 사랑이잖아. 게다가 다른 여자 만나 그만이지. 자살까지 해.”

.”

 

일순간에 분위기가 썰렁했던 기억이 납니다. 사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내게 와닿지 않았습니다.위에 언급한 대로 별 감동도 느끼지 못했죠. 작품의 시대적 배경이나 문화가 우리와 너무 달라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그땐 철없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좁았습니다. 문학에 대한 이해심도 많이 부족했죠. 괴테가 많이 섭섭해했을 겁니다. 

 

백목련 때문에 소설을 꺼냈습니다. 꽃말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거든요. 사실 왜 붙였는지는 모릅니다. 그럼에도 봄비에 젖어 빗방울을 품고 있는 꽃을 보니 어딘지 모르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딱 어울리는 꽃이라 생각합니다. 이루지 못한 사랑 때문입니다. 어쨌든 슬프고 아프죠. 하지만 아픔을 딛고 사는 게 인생입니다.

 

목련은 꽃으로 머무는 시간이 짧습니다. 꽃에 사랑을 느낀 나머지 고백해 볼까 하고 찾아가면 이미 꽃이 지고 없죠. 그러니 사랑하고 싶어도 이루기 힘들죠. 사랑받기에 충분히 매력 있는 꽃이지만 뜨거운 사랑을 나눌 시간이 없는 꽃입니다. 사랑과 인연이 먼 꽃의 슬픈 운명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꽃말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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