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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감성 한 잔

목련 꽃의 비애

by 훈 작가 2026. 4. 17.

파란 봄 하늘에 핀 목련꽃이 저절로 시선을 잡아당깁니다. 나무꾼과 헤어진 선녀가 친구들과 함께 내려온 듯 하얀 자태가 아름답기 짝이 없습니다. 달리 보면 천년을 산다는 학이 무리 지어 앉아 봄 햇살을 즐기는 것 같기도 합니다. 꽃을 보면 티 없이 맑은 소녀의 미소 뒤에 숨은 하얀 치아를 연상케 하기 도고 하고요.
 
순백의 꽃, 당신을 볼 때마다 깨끗하고 맑은 이미지가 해맑은 사춘기 소녀의 순수함과 수줍음을 동시에 품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동시에 꽃의 품격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듯합니다. 순백의 자태가 고결하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꽃이 피는 걸 지켜보노라면 단아하고 순결한 모습이 여성들에게 친근감을 주어 더 사랑받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너무 이상합니다. 이렇게 매력적인 당신이 늘 외롭게 보입니다. 너무 아름답고 매력적인데 왜 그렇게 보일까요. 여기엔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당신 곁에 한참을 머무르며 기다린 주인공이 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나비와 벌입니다. 난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녀석들이 안 오는 이유를. 마치 파업이라도 한 것처럼요.

궁금해서 찾아보았습니다. 놀랄만한 이유가 있는 걸 몰랐습니다. 무엇보다도 꿀이 거의 없다는 겁니다. 있긴 한 데 나비나 벌을 유혹할 만큼 꿀의 양이 많지 않다는 사실이죠. 두 번 째는 향과 구조랍니다. 마찬가지로 향이 있긴 한 데 나비나 벌이 좋아하는 강하고 달콤한 향과는 거리가 먼 거죠.
 
거기에 꽃잎이 두껍고 벌이 들어가 꿀을 찾기 쉬운 구조도 아니라네요. 그럼 어떻게 수정하지? 의문이 생깁니다. 딱정벌레 같은 곤충에 의해 수분을 하다 보니 나비나 벌을 적극적으로 유인할 필요가 적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꽃이 피는 시기인데 목련꽃은 초봄 기온이 낮을 때 피는데, 나비나 벌의 활동이 활발하지 않은 시기 때문입니다.
 
운명의 장난인 것 같습니다. 알고 보니 슬픈 꽃입니다. 나비나 벌이 찾지 않는다고 하니 목련꽃의 속마음이 어떻겠습니까. 보기엔 매력적인데 꽃다운 향기까지 없다시피 하니 더욱 안쓰럽습니다. 그래서인지 모르지만, 꽃이 2~3일만 지나면 떨어지기 시작하는데 그 모습을 보면 더 슬퍼집니다.

표현하기는 그렇지만 떨어진 꽃잎을 보면, 마치 사랑하는 연인으로부터 버림받은 여인이 흐느껴 울며 눈물을 닦은 손수건처럼 보입니다. 잔인한 달이라는 4월에 차마 보기에 안타까운 꽃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예전엔 몰랐습니다. 목련꽃에 숨어 있는 비밀을. 알기 전까지는 청순한 여인의 품격이 느껴져 사랑받는 꽃이라고만 여겼거든요.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꽃말을 왜 그렇게 붙였는지를. ‘이룰 수 없는 사랑(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는 꽃말이 믿어지지 않지만. 궁금증이 해결되어 좋긴 한데 차라리 몰았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이 이래서 생겼는지 모르겠습니다. 알고 나니까 더 애처롭게 보입니다.
 
꽃이라면 당연히 나비와 벌이 찾아와야 하는데…. 얼마나 자존심 상하고 속상할까 싶습니다. 화사한 봄날 햇살을 받은 꽃은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처럼 아름다운데, 봄비에 젖은 목련꽃이 흐느껴 우는 것처럼 보입니다. 마치 자신의 운명을 한탄하며 서글픈 하는 것 같네요. 목련의 비애가 아닐 수 없습니다. 목련에게 잔인한 달 4월이 이렇게 지나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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