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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라떼별곡

복사꽃을 보면서

by 훈 작가 2026. 5. 10.

벚곷 엔딩의 마지막 퍼포먼스, 흩날리던 눈처럼 끝났습니다. 꽃은 피었을 때만 사랑받죠. 사랑받을 땐 몰랐을 겁니다. 냉정하게 돌아선 사람들을 어찌 생각할까요. 처연하게 길바닥에 깔린 꽃잎을 아무렇지 않게 밟고 다니거든요.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한 자신의 처지를 실감할 겁니다. 봄바람에 나 뒹굴다 나중엔 미화원 아저씨 빗자루에 쓸려 쓰레기 신세를 면치 못합니다. 축제의 시간이 끝나면 꽃과 이별은 그렇게 막을 내립니다.
 
차가운 이별의 끝은 또 다른 꽃과의 만남입니다. 꽃은 날 찾아오지 않습니다. 다가가야만 내게 행복을 느끼게 해 주는 존재입니다. 그래서 또 어쩔 수 없이 집을 나섭니다. 가까이서 만날 수 없는 꽃이기에 도심을 벗어나 산골로 차를 몰았습니다. 오래전부터 꼭 사진에 담고 싶었던 꽃, 복사꽃입니다. 복사는 복숭아의 준말이니 본래 이름은 복숭아꽃입니다. 국민 동요라 불렸던 ‘고향의 봄’에 등장하는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음성군 감곡면 사곡리 복숭아 과수원은 봄철 화가들이 많이 찾는 명소로 알려 있습니다. 복사꽃은 벚꽃이 진 4월 중순 이후부터 피기 시작합니다. 사실 어렸을 땐 관심 없던 꽃입니다. 그러다 복숭아 열매가 익어갈 때면 눈길이 가기 시작했죠. 과수원 길을 지나다닐 때마다 군침을 꼴깍 삼키면서요. 당시 동네 형들은 서리를 하다 붙잡혀 주인 할아버지에게 혼나는 모습을 보곤 했던 기억도 납니다.

동네 이름이 복사골 또는 도화동인 곳은 복사꽃(복숭아밭)이 많아 붙여진 이름일 가능성이 거의 100%입니다. 하지만 그 이름이 복숭아꽃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알고 있다면 나이가 든 사람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여기에 동요 ‘고향의 봄’에 등장할 정도로 한 시절 친숙한 꽃입니다. 그럼에도 도심에선 찾아 보기 어려운 꽃이어서 어떻게 생긴 꽃인지 모르는 이들이 많습니다.
 
복사꽃. 한마디로 아름답습니다. ‘꽃이니까 그렇겠죠’ 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꽃과 관련하여 사기(史記)에 나오는 이런 말이 나옵니다.
 
도리불언하자성혜(桃李不言下自成蹊)
 
복숭아나무와 자두나무는 말하지 않아도 그 밑에 절로 길이 생긴다는 뜻입니다. 왜냐하면 꽃이 아름답고 열매가 맛있어 굳이 놀러 오라고 말하지 않아도 찾아오는 사람이 많아 복숭아나무 밑으로는 저절로 길이 난다는 얘기죠.

때가 때인지라 시도 때도 없이 시장판에 나타나 손 내미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폴더 각으로 인사하며 웃는 얼굴로 말이죠. 내가 이렇게 잘난 사람이고 일 잘하는 일꾼이니 표를 달라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뽑아준 사람들 과연 주권자인 국민을 위해 한 게 뭐 있나 다시 생각해 보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아예 투표장에 가고 싶은 생각이 별로 들지 않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빨강이든 파랑이든 꼴도 보기 싫습니다.
 
인품이 훌륭하고 덕이 있는 사람은 내가 잘났다 그러니 나를 찍어 달라 말하지 않아도 표가 몰릴 겁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복사꽃을 닮으면 됩니다. 그런데 그런 노력은 하지 않고 갑질을 일삼고, 사리사욕에 눈멀어 자신의 뒷배만 채우는 일에만 열심인 사람들, 이젠 그만 정치판에서 사라졌으면 합니다. 더불어 이번에 복사꽃을 닮은 아름다운 사람만 일꾼으로 당선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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