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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라떼별곡

복숭아 꽃 피는 시골

by 훈 작가 2026. 5. 15.

봄이 꽃바람 타고 오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담장 아래 살구꽃, 담장 너머 언덕배기 과수원에 피던 복숭아꽃이 추억이 된 그 시절입니다. 국민 동요로 불리던 ‘고향의 봄’을 즐겨 부르던(지금은 모르지만) 시절이었죠. 두말할 것도 없이 복숭아꽃 살구꽃은 겨우내 닫혀있던 동네 아이들을 동구 밖 들과 산으로 불러냈습니다.
 
춘사월 들녘에 안개 품은 아침, 햇살에 물든 복숭아꽃이 선녀와 나무꾼에 나오는 여인처럼 아름다웠습니다. 산 아래 옹기종기 모여 있는 시골 마을을 떠오릅니다. 서로 머리를 맞대고 있는 초가지붕 굴뚝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옅은 연기가 하늘로 오르는 풍경은 지극히 평화롭던 고향이었죠.

정말 고즈넉하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마을이었습니다. 이런 풍경이 1970년대부터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새마을 운동이 전개되면서 아담한 초가지붕이 기와집으로 탈바꿈하기 시작했습니다. 들녘에 쟁기질하던 소 대신 경운기가 등장했고, 봄이면 청보리밭 하늘 높이 올라가 지저귀던 종달새와 강남에서 돌아오던 제비도 사라졌습니다.
 
마을 어귀 넓은 들판에서 피어오르던 아지랑이도 볼 수 없게 된 고향의 봄이 너무 그립습니다. 모내기 철이 지난 초여름 밤 멀리서 들리던 개구리들의 합창 소리도 이젠 기억 속에서 사라진 자연의 소리가 되었습니다. 그런 고향의 봄을 유일하게 지키고 있는 건 뒷동산의 진달래꽃이 유일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추억을 먹고사는 인생 후반전, 봄이면 복숭아꽃 살구꽃 피던 마을이 이젠 추억의 묻힌 흑백사진이 되었습니다. 어린 시절 뛰놀던 산과 들, 더 이상 볼 수 없습니다. 국민 동요 ‘고향의 봄’도 아련한 먼 과거의 음악 교과서의 한 페이지일 뿐입니다. 그래서 복숭아꽃 피는 시골을 찾아보고 싶었습니다. 그 시절 고향은 아니더라도 옛 생각이 나서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건 꽃입니다. 하지만 시골스럽지 않은 시골의 복숭아밭, 정겨움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과수원을 낀 마을 풍경 때문입니다. 돌담길이 아닌 잘 포장된 도로, 멋스러운 전원주택 느낌을 주는 집들, 잘 가꾸어진 아담한 정원, 앞마당에 주차된 자가용, 하나같이 풍요로움이 느껴지는 마을입니다.

국민 동요였던 ‘고향의 봄’에 나오는 시골은 더 이상 볼 수 없습니다. 동요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요즘 아이들이 ‘ 고향의 봄’을 부르는 걸 보지 못했거든요.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도 늘 텅 비어 있는 때가 많습니다. 학교 수업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리저리 동네 학원을 뺑뺑이 돌다 집에 가니까 그럴 겁니다.
 
모든 게 현실입니다. 동요 ‘고향의 봄’이 요즘 도심 아파트 단지에 사는 아이들과 맞지 않습니다. 복숭아꽃 살구꽃을 볼 수 없거든요. 더더욱 진달래는 더 그렇겠죠. 어쩌면 아이들 교과서에서 ‘고향의 봄’이 사라져 아예 배우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복숭아밭 사진을 찍고 돌아서 생각해 보니 한없이 쓸쓸하게 느껴지는 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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