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이 너무 빨리 지나가는구먼. 이제 내 인생에 남은 봄도 얼마 남지 않았지. 세월은 나이 들수록 도망가는 게 너무 빨라. 어쩔 수 없지. 돌이켜 보면 이런저런 일이 많았지. 그래도 남편 뒷바라지하고 애들 키우고 이만큼 살았으면 잘 산 거야. 뭐 더 바랄 게 있나. 그저 이렇게 산 것만 해도 고마운 거지.
앞으로 살면 얼마나 더 살겠나 싶어. 어쨌든 이만큼 살아보니 인생무상이라는 말이 실감 나. 모두 부질없고 무의미하게 여겨지거든. 이젠 얼마나 오래 사느냐보다 어떻게 사느냐가 더 중요한 것 같아. 오래 살려고 아등바등하는 건 의미 없어, well-being이 아니라 well-dying을 걱정해야 할 나이니까.
가끔 뉴스에 나오는 쓸쓸한 죽음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들거든, 이른바 고독사(孤獨死)지. 독거노인으로 지내다가 홀로 죽는 거 보면 너무 슬퍼. 아니면 병원 중환자실에서 온갖 참혹한 모습을 보여주며 자식들에게 물질적, 정신적 고통을 끼치다 저승으로 가는 게 현실이지. 그것만은 피해야 해. 그저 따뜻한 봄날 편안하게 눈 감으면 좋겠어, 아프지 않고 말이야.
누군가 그랬어. 80세 노인이 시간으로 자신의 인생을 계산해 보았는데, 잠자는 시간 26년, 식사 시간 6년, 세수를 한 시간 228일, 넥타이를 맨 시간 18일, 다른 사람이 약속을 지키지 않아 기다린 시간 5년, 혼자 멍하니 보낸 시간 5년, 담뱃불을 붙이는 시간 12일, 그중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 고작 46시간밖에 안 된다는 거야.
행복했던 시간이 그 정도밖에 안 되는데 너나 나나 모두가 행복을 찾아 헤매었다는 게 인생이었다는 얘기지. 그러니 인생은 덧없고 허무하다는 말는 얘기지. 그러니 남은 인생의 봄,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답이 나와. 먹고 싶은 거 먹고, 하고 싶은 거 하고, 가고 싶은 데 가고, 보고 싶은 사람 만나면서 사는 거야. 그래야 눈 감기 전에 덜 후회할 거 같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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