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탄사를 꺼낼까 하다가 멈추었다. 아무래도 형용사를 찾는 게 나을 것 같아서다. 많고 많은 형용사 중에 어떤 걸 골라야 할지 모르겠다. 고요하다는 표현은 진부하고, 한적하다는 말은 빈약해 보인다. 서정적인 느낌과 감성적인 의미를 담은 형용사를 찾았으면 싶은데 그게 뭔지 잘 떠오르지 않는다. 우리말이 아름답지만 참 어렵다.
모든 소리가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시간. 풍경을 점령한 안개마저 들녘을 무념무상의 모습으로 수행하는 듯 고요함에 동참한다. 그러는 사이 조용히 침묵을 깨기 시작한 것은 빛이다. 해가 조용히 닫힌 어둠을 열고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도 나지도 않는다. 그래서 꺼낸 형용사가 ‘고즈넉하다’다.
나는 산사의 수도승처럼 이 낱말을 가슴에 품고 어루만졌다. 들녘에 인기척 없는 빈집 하나가 죽은 듯 숨죽이고 있고, 폐경기에 이른 늦은 봄이 뒤척인다. 또 봄의 일상이 수척한 모습으로 출근한다. 시간의 무대 위에서 퇴장을 앞둔 봄이 일어나자마자 안개 뒤로 감춘다. 얼굴을 보여주기가 민망한 모양이다.
하얀 물감을 엎질러 놓은 듯한 새벽. 그 사이로 젖어드는 여명의 빛, 고요함을 덮고 있던 어둠이 사라지면서 그렇게 고즈넉함이 풍경 속에 등장해 내 감성을 사로잡았다. 예전 같았으면 성급하게 감탄사를 꺼냈을 텐데, 끝까지 참았다. 만약 그랬더라면 고즈넉한 분위기를 일순간에 깨져 버렸을 것이다.
‘고즈넉하다’라는 형용사는 누구든 꺼내 쓸 수 있다. 그러나 그 분위기에 울리는 풍경과 조화를 이룰 때 빛나는 형용사다. 그럼에도 마구 쓰는 경향이 있다. 표현의 자유이긴 하지만, 회색의 도심에선 안 어울리는 말이다. 아무리 분위기 있는 장소라도.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하거나 경험하지 못한 탓 일 것이다.
일단 이 형용사는 마음의 짐을 내려놓는 고요한 시간의 느낌이 있어야 한다. 지극히 평온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의미한다. 소음과 공해로 찌든 도심을 벗어나 잠시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며 안정을 취할 수 있는 자연 공간이 딱 좋다. 초록이 우거진 숲의 산사, 해가 뜨거나 질 무렵 조용한 전원 풍경이면 두말할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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