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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감성 한 잔

유채꽃

by 훈 작가 2023. 4. 24.

봄은 다양한 색으로 우리에게 옵니다. 산수유나 개나리는 노란색으로, 진달래꽃은 연분홍색으로, 벚꽃과 목련꽃은 하얀색으로 꽃망울을 터뜨린 후 떠납니다. 이들 꽃이 지면 유채꽃이 봄바람과 함께 물결치며 피기 시작하죠. 유채꽃으로 물든 들녘을 보면 봄은 어느덧 노랗게 무르익어 갑니다. 

개인적으로 노란색은 봄을 상징하는 색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에 많은 색 중에서 노란색은 가장 밝은 빛을 뿜어냅니다. 깜깜한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을 보듯 희망을 품고 있는 색이 바로 노란색이죠. 노란색은 밝음과 따뜻한 느낌을 주기에 우리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줍니다. 그뿐 아니죠. 재물의 상징인 금도 노란색이죠. 

하지만 노랑은 저항의 의미로 쓰이기도 했지요. 2014년에 발생한 세월호 사건의 진실을 밝히고 희생자를 기리는 상징적 색깔이 되기도 했으니까요. 당시 노란색 리본은 세월호 실종자들이 무사히 돌아오길 바라는 의미로도 사용하는 되었다고 하네요. 생각해 보니 노란색이 이런 좋은 의미만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하긴 축구 경기에서 경고의 의미로 '옐로카드(yellow card)'를 사용하고 있으니 부정적인 뜻도 있습니다. 여기에 유치원이나 어린이들을 태우고 다니는 학원 버스도 하나같이 노란색입니다. 주의하라는 의미겠지요. 축구 경기 심판이 비신사적 행동에 꺼내 드는 ‘옐로카드’처럼 말이죠. 아마도 그런 뜻으로 노란색이 사용되는 듯합니다.

노란 유채꽃이 예년보다 일찍 피었습니다. 봄 풍경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 것 같습니다. 녀석들이 피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밀려옵니다. 마치 반란을 일으키는 병사들처럼 순식간에 노랗게 물들이죠. 어쩌면 이것도 자연의 경고일는지 모릅니다. 봄 풍경이 너무 아름답다고 즐거워해야만 할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마음으로는 걱정이 되긴 합니다만 딱히 뾰족한 묘수가 떠오르지 않습니다. 사진을 찍으며 힐~링을  느끼지만, 다음 세대가 겪을 지구촌의 생태계를 생각하면 지금 눈앞에 펼쳐지는 유채꽃 풍경이 그다지 아름답게만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저 노란 유채꽃물결이 지구온난화에 저항하는 반란군이 아니길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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