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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감성 한 잔

고요함과 적막함

by 훈 작가 2023. 5. 14.

고요함을 만나러 왔습니다. 잔잔한 안개가 자고 있습니다. 그 옆에 바람도 함께 자고 있습니다. 숨소리마저 어디에 있는지 들리지 않습니다. 적막함은 아무런 소리가 없는 시간입니다. 다만 소리 없이 어둠 속에 침묵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침묵의 실체는 여명입니다. 

고요함을 만나는 순간 저만치 적막함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적막함은 곧 쓸쓸함입니다. 쓸쓸함은 마음을 차갑게 합니다. 마치 풀잎에 맺힌 이슬처럼 마음을 젖게 합니다. 마음을 슬그머니 덮어버린 적막함이 순식간에 외롭게 만드는 새벽시간입니다. 어쩔 수 없이 외로움과 벗이 되어 이야기를 나눕니다.

사실 저는 고요함과 적막함의 차이를 알지 못합니다. 어쩌면 이들 둘은 일란성쌍둥이로 태어났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고요함이 적막함 같고, 적막함이 고요함 같으니까요. 둘의 느낌이나 뉘앙스의 차이를 알고 싶지만 그리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내가 서 있는 시간은 지금입니다. 이 순간 저에겐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적막함과 고요함이 만든 새벽 풍경, 지극히 평온한 무념무상의 자아, 멈춘 듯한 시간을 즐기고 있을 뿐입니다. 조용히 사전 속에 잠든 명상이란 단어를 꺼내 봅니다. 명상은 곧 거울이 되어 내 손을 잡아 이끕니다. 저는 조용히 눈을 감고 거울 속으로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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