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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감성 한 잔

Virgin Road의 아침

by 훈 작가 2023. 5. 15.

'하루’라는 첫 문장을 쓰기 위해 아침을 만나러 왔습니다. 아침해는 하얀 솜이불속에 자고 있습니다. 어둠 속에 숨소리만 산 능선 너머에서 들려옵니다. 강변 습지를 덮고 있는 수풀도 어둠을 덮고 누워 자고 있습니다. 하지만 새벽빛이 점점 옅어져 동이 틀 듯합니다. 5월의 봄 아침이 어제 처럼 또 그렇게  오고 있습니다. 

강변에 안개가 깔려 있습니다. 안개는 농도에 따라 분위기가 있을 때가 있고 답답할 때가 있습니다. 뭔가 세상에 보여주기 싫은 것이 있으면 한 치 앞도 안 보일 절도로 세상을 덮어 버립니다. 하지만 5월의 봄 아침을 보다 운치 있게 꾸미고 싶을 때는 하얀 신부의 면사포처럼 아름답게 연출하기도 합니다.

5월은 계절의 여왕이라고 합니다. 행복한 신혼의 꿈을 앞두고 있는 여인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설레는 시간이기도 할 겁니다. 처녀가 가장 아름다울 때가 신부의 모습으로 변신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마치 그날 입을 웨딩드레스처럼 안개가 깔려 있습니다. 버진 로드(virgin road)가 연상되는 분위기처럼 느껴지는 새벽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지금 결혼식에서 신부 입장을 기다리는 느낌이 드는 아침 앞에 서 있습니다. 저 멀리 버진 로드(virgin road) 끝에서 여명이 물들이고 있습니다. 순결한 아침 해가 5월 신부의 마음같이 두근거립니다. 잠시 뒤 조명 빛 같은 여명이 물러가면 웨딩 음악에 맞추어 아침 해가 뜰 것입니다. 그렇게 순결한 일출이 초읽기에 들어갔습니다.

5월의 아침 해가 빼꼼히 머리를 들고 일어납니다. 봄바람이 잠시 숨을 죽입니다. 그다음 수풀 속에서 눈을 뜬 새들이 하늘로 날아오릅니다. 부드러운 아침 햇살을 받은 안개가 버진 로드(virgin road)처럼 펼쳐집니다. 아름다운 5월의 아침은 순결합니다. 세상의 그 어느 순간보다 멋진 풍경을 연출합니다. 

아침은 그렇게 때 묻지 않은 깨끗한 세상을 열어 줍니다. 새롭게 여는 일상을 그런 마음으로 출발하라는 의미를 우리에게 던져주는 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해마다 새해 첫날 아침 해를 찾는 마음으로 살아가라는 뜻이 숨어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5월의 신부같이 가슴이 뛰고 순결한 마음으로 오늘 아침 일출을 가슴에 안아 봅니다.

바쁜 일상에 묻혀 지내다 보면 5월이 가는지 오는지 모르고 삽니다. 가정의 달이라고 하지만 마음은 늘 여유롭지 못한 게 보통 사람의 삶입니다. 서민들의 가슴을 울리는 뉴스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출근하는 순간부터 순결한 아침 해의 의미를 오염시키는 일이 벌어집니다. 오늘 하루라도 더럽혀지지 않는 일상이 되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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