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hoto 에세이/감성 한 잔

미친 사랑은 사랑이 아닙니다

by 훈 작가 2023. 5. 31.

사랑은 미쳐야만 한다고 합니다. 앉으나 서나, 밤이나 낮이나, 늘 그렇게 빠져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밤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잠자리에 들어 꿈속에서도 그대를 향한 마음이 한결같아야 합니다. 사랑에 미쳤다는 것은 제정신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을 빼앗겨 안 보면 못 견딜 정도로 괴로운 상태를 말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움은 마음속 깊이 간직한 달콤한 사랑입니다. '미친 사랑'은 그 늪에서 빠져나오는 걸 원치 않습니다. 결국은 마지막 한 자락 남은 그리움마저 버리고 스스로 영혼을 사랑의 노예로 만듭니다. 단 한 번 입맞춤으로도 사랑을 정복한 것처럼 환상에 젖고, 눈먼 불나방처럼 불길 속에 날아드는 그런 사랑을 진짜 사랑이라 여깁니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닐 겁니다. 사랑의 인연은 호숫가에 부는 스치는 봄바람 같은 만남이었을 겁니다. 그러다 어느 한순간에 회오리치는 광기가 가슴에 불어 닥치고, 눈 뜰 수 없는 상황으로 빠져들고, 그걸 사랑으로 확신한 나머지 모든 걸 맡겼을 겁니다. 이성보다 감정에 충실한 나머지 영혼을 빼앗기고 그걸 뜨거운 사랑이라 믿기 시작했을 겁니다. 

‘미친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 사랑의 탈을 쓴 집착입니다. 집착은 마음의 폭풍을 불러옵니다. 유혹의 탈을 쓴 늑대는 사랑을 자신의 손아귀에 넣으며 자신만의 소유로 만들려는 사악한 악마의 얼굴로 변신합니다. 그게 ’ 미친 사랑‘의 얼굴입니다. 가면을 쓴 사랑을 마치 그대를 향한 마음이 진정인 양 애원하며 그대의 마음을 흔듭니다. 착각하면 안 됩니다. 

‘미친 사랑’은 사랑이 아닙니다. 애당초 '미친 사랑'은 없습니다. 미친 마음으로는 사랑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랑에 빠져 미쳤다고 하는 말은 욕망의 충족을 채우고자 하는 카사노바의 유혹에 지나지 않습니다. 진정한 사랑은 달콤한 언어의 유희가 아닙니다. '미친 사랑'의 결말은 자칫 비련의 주인공을 자처하는 덫에 지나지 않습니다.

데이트 폭력과 관련한 안타까운 뉴스를 보곤 합니다. 사랑이란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비극입니다. 차라리 헤어질 결심을 먼저 하는 게 낫습니다. 날 얼마나 사랑하면 저럴까 망설이다 그걸 끝내 사랑으로 착각한 결과입니다. 사랑은 집착이 아닙니다. '미친 사랑'은 사악한 욕망을 감춘 악마의 얼굴입니다. '미친 사랑' 가짜 사랑입니다. 사랑마케팅에 속으면 안됩니다. 

사진 속의 청보리가 꽃을 쫓아가다 쓰러져 있습니다. 꽃양귀비도 도망가다 넘어진 듯합니다. 미친 사랑의 광풍에 휘몰아친 비극의 무대 같습니다. 마치 광기 어린 사랑의 결말처럼 보입니다. 사랑에 미치지 않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져주는 것 같아 ‘미친 사랑’에 비유해 몇 글자 적어 보았습니다.

'Photo 에세이 > 감성 한 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벌보다 나비처럼  (0) 2023.06.15
때론 꽃도 눈물을 흘립니다  (0) 2023.06.01
빨간 장미  (0) 2023.05.27
Virgin Road의 아침  (0) 2023.05.15
고요함과 적막함  (0) 2023.05.14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