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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감성 한 잔

벌보다 나비처럼

by 훈 작가 2023. 6. 15.

나비는 알, 애벌레, 번데기를 거쳐 나비가 됩니다. 알에서 깨어나면 한동안 나뭇잎이나 풀잎 뒤에 숨어 지냅니다. 천적들의 먹잇감이니까 항상 긴장하며 경계를 늦출 수 없는 운명적인 삶을 살 수밖에 없습니다. 나비로 태어나기 위한 삶의 과정은 시작부터 순탄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가엾다는 생각이 듭니다.

번데기를 벗고 나와서도 우화등선(羽化登仙)의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나비가 됩니다. 어찌 보면 눈물겨울 정도의 인내와 고통을 감내해야 나비가 되는 겁니다. 그러기에 나비의 탄생은 경이롭고 감동적입니다. 봄부터 소쩍새가 울고, 천둥이 먹구름 속에서 울어야 피는 꽃도 있지만 나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나비는 그렇게 태어납니다.

나비로 태어나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셨나요. 그냥 나는 게 아닙니다.  신바람 난듯 이리저리 춤을 추듯 날아다닙니다.  마치 흥에 겨워 어쩔 줄 모를 정도로 천방지축 제멋대로 나는 것처럼 보입니다. 얼마나 기분이 좋으면 저럴까 싶습니다. 반면 새나 벌들은 나비처럼 날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새나 벌은 먹잇감이나 꽃을 찾아서 쏜살같이 날아갑니다. 

많은 꽃도 나비가 없으면 꽃으로 태어나기 어려웠을 겁니다. 비록 연약하고 나불나불 까불어대듯 날아다니는 나비가 철없이 보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날개를 단 천사처럼 나비는 꽃이 꽃으로 살아가고, 다음 세대에서도 꽃으로 태어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태생적으로 착한 마음을 품고 세상에 나온 겁니다. 

나비는 성장 과정에서 부단한 노력을 통해 자유를 얻습니다. 그렇게 고생해서 자유이기에 자유를 즐길 줄 아는 것 같습니다. 벌처럼 꿀만 얻으려 일만 하지 않는 걸 보면 진정한 삶의 즐거움을 아는 모양입니다. 꽃과 낭만적인 로맨스를 즐기면서 꿀도 얻고 꽃의 번식도 도와주는 걸 보면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꽃과 벌’보다는 ‘꽃과 나비’가 있ㄴ느 풍경이 더 정감 있게 느껴집니다. 그래서일까요. 은유적 표현으로도 벌보다는 나비를 더 선호할 것 같습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벌보다 나비를 더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 우선 외모가 비교가 안 됩니다. 매력적인 면에서 너무 차이가 큽니다. 경쟁이 안 됩니다. 게다가, 벌은 성질이 사나운 데다 무서운 침까지 있습니다. 

나비는 흙수저 같은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그 어디에도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항상 꽃과 함께 지내서인지 꽃보다 아름다운 천사의 모습입니다. 주변의 이웃들과도 잘 어울려 살면서도 인간 세상처럼 경쟁이나 대립, 갈등 같은 나쁜 관계를 맺지 않습니다. 시기나 질투 같은 것은 더더욱 없습니다. 이만하면 성격도 만점입니다.

나비가 있는 곳에는 사랑과 평화가 넘쳐납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한눈을 팔지 않고 열심히 일만 하는 근면함을 벌에게서 배운다면, 나비에게는 진정한 삶의 자유를 누리면서 이웃과 사이좋게 지내는 지혜를 배웠으면 합니다. 벌처럼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나비처럼 사는 게 더 멋진 삶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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