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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감성 한 잔

혹시 여기가 무릉도원(?)

by 훈 작가 2023. 6. 16.

어둠을 열고 나가면 밤을 만난다. 어릴 적에 밤을 만나는 것은 항상 무서웠다. 어쩔 수 없이 밤을 피해 이불속으로 숨는다. 차라리 꿈을 만나러 가는 것이 낫다. 꿈나라로 출발하는 여행은 내 마음대로 표를 살 수 없다. 그러다 보니 가고 싶은 곳을 갈 수 없다. 기분 좋은 날은 열기구를 타고 새들과 하늘을 날기도 한다. 그렇지 않은 날은 눈이 하나, 머리에 뿔이 난 도깨비에 쫓겨 달아나다 벼랑 끝에서 떨어지기도 한다. 다음 날, 엄마에게 꿈 이야기를 하면 키가 크는 꿈이라며 웃어넘긴다. 그날 저녁 잠자리에서 또 그런 꿈을 꿀 것 같아 밤이 싫었다. 사립문을 열고 어스름하게 밤이 찾아오면 은근히 겁이 났다. 이젠 밤보다 꿈꾸는 게 더 무서웠다. 무릉도원이 뭔지 모르던 어린 시절의 꿈을 어른들은 항상 개꿈으로 치부했다.

어른이 되어 꿈속을 돌아다니다 깨고 나면 아쉬울 때가 간혹 있다. 차라리 꿈에서 깨지 않았으면 하는 달콤한 순간이 있다. 꿈속에서 만난 세계는 기억 속에 아련히 그려진다. 생각해 보면 머릿속에서는 맴도는데, 말로 하기도 그렇고, 글로 쓰자니 더 막막하다. 그걸 해낸 사람이 있다. 중국 문학사상 가장 위대한 시인 중의 한 사람으로 꼽히는 도연명이다. 이백이 술의 신선(神仙)으로 불리는 반면, 도연명은 술의 성인(聖人)으로 대접받는다. 그가 문학에서 그려낸 무릉도원은 어떤 곳일까. 있다면 어디에 있을까. 아마도 도심의 빌딩 숲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자연이 만들어낸 비경 속에 자리 잡고 있을지 모른다. 자연이 빚어낸 아름다운 풍경에 푹 빠지다 보면 혹시 여기가 무릉도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볼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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