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hoto 에세이/라떼별곡

내 안의 나

by 훈 작가 2023. 4. 25.

점에서 점으로, 선에서 선으로, 면에서 면으로, 그것을 이은 것이 공간이다. 그 공간에서 선과 선이 만나는 점이 소실점(消失點 : vanishing point))이다. 소실점은 물체가 없어지는 지점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계절이란 공간 속에 봄을 만났다. 봄 또한 점과 선 그리고 면과 면이 만든 공간에 그려진다. 

바람 한 점 없는 시냇가에 늘어선 나무들. 물속에 들어온 그림자가 서로 마주 보는 듯한 사진이다. 두 피사체는 봄이 만든 평행선을 달린다. 하나는 실상이고 하나는 허상이다. 하지만 사진 속의 풍경은 데칼코마니를 이루며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똑같다. 그런데 같아 보이는 피사체가 소실점에 이르게 되면 하나가 된다. 
  
봄이 그린 그림도 점점 소실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사라지는 봄의 종착역은 여름이다. 봄은 여름을 잉태하는 시간이다. 계절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은 하며 소실점에 이른다. 모든 계절이 그렇다. 계절은 자연의 순리에 따라 소실점을 만들며 릴레이 경주하듯 달린다. 우리는 그 안에서 어디론가 달리는 중이다. 그곳이 소실점이다. 

사는 동안 내 안의 나와 마주 보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 앞만 보고 달리는 우리의 일상은 나를 돌아볼 겨를이 없을 정도로 우리는 시간에 쫓기며 산다. 스스로 자신과 대화를 나누어 보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사는 것도 언젠가는 소실점이 되는 걸 알면서도 우리는 그렇게 산다. 이 봄이 소실점에 다다르기 전에 내 안의 나를 만나 보자.

'Photo 에세이 > 라떼별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꼬리 물기  (0) 2023.05.02
가로수 길  (0) 2023.04.26
  (0) 2023.03.18
사라진 풍경(4)  (2) 2023.03.12
사라진 풍경(3)  (0) 2023.03.11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