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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라떼별곡

가로수 길

by 훈 작가 2023. 4. 26.

빛을 지배하는 색은 하얀색입니다. 모든 빛을 빨아드리거든요. 무슨 말이냐고요. 세상에 있는 모든 빛을 섞으면 흰색이 됩니다.  그게 빛의 3 원색이죠. 마찬가지로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색을 섞으면 검은색이 됩니다. 색의 3 원색이죠. 아마 학창 시절 배워서 다들 기억하실 겁니다. 검은색이 모든 색을 지배하는 거지요. 쉽게 생각하면 낮과 밤이 그렇습니다. 

말하고 보니 지배한다는 말이 조금은 귀에 거슬립니다. 좋은 말로 표현하면 조화인 동시에 공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죠.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은 빛의 밝음과 어둠에 의해 모습을 드러냅니다. 결론은 조화와 공존입니다. 그러나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흑백논쟁에 휩싸여 사는 게 속세의 인간 세상 같습니다.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으니까요. 

서로 상대방을 비판합니다. 나와 다르면 적이라고 생각하는지 악마화에 몰두합니다. 정치도 그렇고 갑과 을이 그렇습니다. 가히, 사생결단의  현장처럼 보입니다. 언론도 덩달아 부추기죠. 여기에 돈벌이에 눈먼 유튜버도 열을 올립니다. 그러다 보니 대중은 무엇이 진실인지  헷갈립니다. 종종 가짜 뉴스를 진실로 믿는 경우도 생깁니다.

흑과 백이 가장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만들어낸 게임이 바둑입니다. 서로가 공정하게 경쟁하되 반칙 없이 승부를 겨룹니다. 상대를 존중하며 예의를 갖추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바둑판 위에 놓인 검은 돌과 흰 돌이 서로 동등합니다. 흑과 백은 처음부터 동행하며 침묵 속에 경쟁하고 결과에 승복하며 공존의 삶을 추구합니다. 

사진 속에 가로수가 보입니다. 그 사이로 아침 해가 떠오르고 있습니다. 가로수는 길과 함께 동행합니다. 서로 외롭지 않게 함께 갑니다. 세상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빨리 가고 싶으면 혼자 가고, 멀리 가고 싶으면 함께 가라.’ 어떤 길이든 혼자 가면 외롭습니다. 누군가에게 당신은 동행자일 겁니다. 상대방도 그렇겠지요. 

떠오르는 아침 해는 동행하는 동안 빛이 되어 줍니다. 동시에 시간을 만들어냅니다. 어제라는 과거를 어둠 속에 묻고, 현재라는 오늘과 다시 동행하고자 우리 곁을 찾아왔습니다.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 미래라는 시간까지 동행할 겁니다. 말하나 마나 멀리 가는 길은 함께 가야 외롭지 않고 아름답습니다. 그게 삶이 추구하는 기본적인 행복의 원칙일 겁니다. 

낮과 밤이 공존하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서로 없으면 안 되는 관계인거지요. 신이 만든 세상의 이치나 다름없죠. 길이 있는 곳에 가로수가 있는 것처럼 우리는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차이를 받아드리며 존중하며 살아야 합니다. 어차피 인생이란 여정은 홀로 왔다가 홀로 떠나는 여행입니다. 서로 아름다운 동행이 되어주는 삶을 살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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