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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라떼별곡

by 훈 작가 2023. 3. 18.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쇼의 의미는 이렇다. 무대에서 춤과 노래 등으로 시각적인 퍼포먼스를 다채롭게 보여 주는 예술의 한 장르이다. 무대 위 출연자들은 자신의 재능이나 끼를 보여 주며 관객의 인기나 공감을 얻기 위해 무한한 열정으로 노력을 기울인다. 이러한 쇼도 부정적인 의미가 있다. 남을 속이거나 남에게 보여 주기 위해 작위적(作爲的)으로 행동을 보일 때를 말한다. 같은 쇼라도 전혀 다른 의미다. 

아주 오래전 태국 파타야에서 본 알카자쇼가 생각난다. 태국 여행을 다녀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구경하지 않았을까 여겨진다. 이 쇼의 주인공은 트랜스젠더들이다. 말 그대로 남자였던 사람들이 성전환 수술을 통해 여자처럼 분장하고 무대에 나와 노래도 하고, 춤도 춘다. 성전환한 걸 숨기지 않고 오히려 그걸 내세우게 쇼의 묘미다. 오로지 관객을 위한 쇼를 하는 것이다. 관객이 없는 쇼는 있을 수가 없으니까.

우연히 하늘에서 펼쳐지는 에어쇼를 보게 되었다. 비행 곡예가 멋졌다. 하늘이란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쇼는 눈속임이나 얄팍한 술수를 부릴 수 없을 것이다. 아마 가능하지도 않을 것 같다. 보는 이의 관점에서 보면 경이롭고 감탄사를 토해낼 수밖에 없다. 단순한 비행이 아니라 예술이라 해도 과장된 표현은 아닐 정도였다. 눈앞에 보이는 상황이 곧 펙트이기 때문일 것이다. 

정치도 쇼라고 한다. 그러나 쇼의 감동은 애초부터 기대할 수 없다. 현실이 그렇다. 굳이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문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국민이란 단어에는 울림이 사라진 지 오래다. 하지만 선거철이 돌아오면 또 국민을 들먹이며 반갑지 않은 웃음으로 손을 내밀 것이다. 그들이 말하는 국민은 오로지 자기 진영을 지지하는 사람뿐이다. 언제까지 팬덤에 매달려 쇼 같지 않은 쇼를 할 것인가. 

지금까지 경험한 바로는 진정한 쇼는 없었다. 선거만 끝나면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정말이지 신경 쓰지 않는다. 오로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정치를 한다. 그들이 진심으로 국민을 위한 쇼를 했으면 좋겠는데, 너무 기대가 큰 게 아닌가 싶다. 그보다 국민이 정치를 걱정하지 않을 정도라도 해주길 바라는 이도 많다. 조금이라도 쇼 같은 정치 쇼를 볼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본다. 에어쇼를 펼치는 비행편대처럼 멋진 쇼를 보여 줄 날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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