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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면 정감 가는 추억의 꽃이 있습니다. 형형색색의 코스모스꽃입니다. 저 멀리 벌판 끝머리에서 기차 소리가 들리면 아득한 고향 시골 신작로가 떠오릅니다. 나훈아의 고향 역 노래도 생각나고요. 지난가을 옛 추억을 떠올리며 사진 속 풍경이 있던 미호천 고수부지를 찾아갔습니다. 들녘에 넘실대는 아름다운 코스모스를 상상하면서요.
아! 이럴 수가. 흐드러지게 피어있어야 할 코스모스꽃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꽃이 있어야 할 자리에 생활체육 다목적 구장이 들어서 있더군요. 시 당국에서 해마다 가을에 코스모스를 심어 놓아 많은 사람이 즐겨 찾던 곳이었거든요. 한때는 그곳에서 세종 코스모스 한마당 축제까지 열었던 장소이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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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청객 탓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 여파로 축제가 중단되면서 방치되었던 이곳을 시에서 생활체육 공원으로 조성한 모양입니다. 코스모스가 정겹게 피었던 미호천 고수부지(세종시 연동면 예양리 423)는 예전처럼 정겹던 풍경을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어쩌겠습니까. 아쉬운 마음과 서운한 감정이 뒤섞여 은근히 부아가 나더군요. 왜냐고요. 높은 물가에 코로나19로 지칠 대로 지친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를 주었던 공간이 사라졌잖아요. 원하지 않은 이별을 강요받은 기분입니다. 이젠 볼 수 없는 풍경. 아련한 슬픔이 가슴에 스며드는 이유가 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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