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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라떼별곡

Sun

by 훈 작가 2023. 3. 1.

 

처음엔 관심이 없었다. 널 볼 때면 언제나 변함없는 그 모습이 나에게는  매력이 없어 보였던 모양이다. 사실 너에 대한 신비와 경이로움은 익히 배워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시험 점수용 지식에 불과했다. 이후 너의 존재가 내 삶의 행복에 영향을 주는 게 없어서 그런지 관심이 가지 않았다. 그러다 지루한 장마철이 길게 이어지는 날이면 네가 그립기도 하고 보고 싶어지는 때도 있긴 했다.

상황이 바뀌게 된 시점은 카메라를 들면서부터다. 사진이 빛의 미학이라는 강사의 말을 이해하면서 너의 존재를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그게 반전의 출발점이다.  백수생활을 시작하며 나간 평생학습원,  디지털카메라 입문 과정 첫 시간 때 강사가 한 말이 가슴에 꽂혔고, 그 후 장롱 속에 잠자던 널 꺼내면서 카메라와 자주 데이트를 즐기게 되었다. 지금도 강사가 한 말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한 장의 사진 속에는 시가 있고, 철학이 담겨야 하며, 삶의 이야기가 담겨야 한다.”는 말이 내 마음에 꽂혔다. 처음엔 누구나 찍는 사진이 뭐 거창할 게 뭐 있나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라는 얘기였다. 그냥 지나칠 수 있는 말이었는데 그 말이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어쩌면 사진은 단순하다. 요즘은 스마트 폰의 보급으로 누구나 시도 때도 없이 즐기는 게 사진이다. 그냥 가볍게 손으로 터치만 하면 된다. 일상에서 사진을 찍고 즐기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런데 그걸로 찍은  사진이 내 마음을 움직이기에는  아직 2% 정도 부족하다. 아마 그것도 시간이 지나 기술이 업그레이드되면 해결될 것이라 생각된다. 옛날 같지 않게 디지털 문영의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우리를 놀라게 만들기 때문이다.

쉬울 것만 같았던 사진을 배우면서 같은 카메라로 찍는 사진인데 내 사진은 작가들이 찍은 사진과 달라도 너무 달랐다. 왜 이리 다른 걸까. 나는 왜 안 될까. 내가 찍은 사진은 왜 이리 멋지지 않을까. 뭐가 문제지. 사진 전시회를 쫓아다니며 보고 또 보며 나 홀로 출사를 다니기 시작했다. 

빛의 미학이라는 사진은 태양이 내뿜는 빛의 성격을 카메라로 어떻게 담아내느냐 하는 Skill을 익히고 경험으로 터득하는 게 핵심이다. 아무리 이론이 어떻다고 해도 출사 현장에서 직접 렌즈를 통해 실전 감각을 배워야 한다. 왕도는 없다. 수많은 경험만이 최선이다. 그 과정에서 만나는 주인공이 바로 태양이다.

 

내 경우 그 출발점이 일출이나 일몰 사진이었다. 새벽 단잠을 설치며 일출을 만나러 다녔다. 어둠이 채 가시기 전 나 홀로 이게 무슨 짓인가 하는 생각도 수없이 해 보았다. 공부를 이렇게 했다면 명문대 졸업장을 따고도 남았을 텐데. 허탕치고 돌아오는 날도 부지기수였다. 어찌 보면 미친 짓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가슴을 뜨겁게 하는 경험을 하면서 달라졌다. 여명의 순간부터 빛이 연출하는 아름다움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장엄하고 감동적이다. “그래, 바로 이 맛이야.” 일출 전의 빛에 빠지면서 출사가 즐거워졌다. 바로 적막감 속에 기다리며 출사현장에서 맛보는 느낌이 나를 감성의 늪으로 빠뜨렸다. 

그때부터 널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모든 꽃이 널 바라보며 생명의 꿈을 키워 가듯, 나도 널 찾아 짝사랑의 길을 걷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이름난 출사지에 가 보면 나 같은 사람이 하나둘이 아니었다. 심지어 좋은 자리 차지하려고 다투는 일까지 종종 본다. 도대체 사진이 뭐라고?  그런 모습을 난 이해 한다. 프로들은 명당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인다.   

이제 네가 미학(美學)의 신(神) 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이들이 사진가들이다. 난 그들에 비하면 아직 멀었다. 이제 겨우 이해하며 즐기는 정도다. 좀 더 미치고, 더 열정을 가져야 하는데 마음뿐이다. 그냥 아마추어다. 그래도 너에 대한 사랑만은 영원히 변치 않을 것이다. 그것은 약속할 수 있다. I love you. Oh my 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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