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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라떼별곡

성당

by 훈 작가 2023. 3. 2.

 

유럽 도시를 여행하다 보면 이런 착각이 든다. 내가 성당 순례를 하러 왔나. 좀 과장하면 투어의 절반은 성당 구경을 하러 온 느낌이 들 정도다. 먼저 파리의 센 강 옆에 노트르담 성당과 몽마르트르 언덕의 사크레퀴르 성당이, 런던에 가면 ‘서쪽에 있는 대사원’이란 의미의 웨스트민스터 사원도 성공회의 성당이 있다. 바르셀로나에는 유명한 사그리다 파밀리아가 있고, 로마의 바티칸에는 성 베드로 성당이 있다. 여기에 프라하의 성 비투스 성당이나 부다페스트의 마차시 성당도 빼놓을 수 없다. 유럽의 끝자락에 있는 이스탄불의 아야소피아 성당도 이름값을 하는 곳이다.

이들 성당의 공통점은 역사적, 종교적 의미만 아니라 건축예술 측면에서도 가치를 지닌다. 이런 이유로 여행 일정에서 이들 성당이 빠지지 않는 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나름의 지식이 없으면 그냥 눈요기에 불과하다. 모르고 보면 오래된 석축 건물에 지나지 않는다. 이때 현지 가이드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다. 짧은 이 한마디가 시사하는 바를 여행자는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성당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사진 속의 성당 때문이다. 눈에 스쳤던 이 성당의 존재가 매우 궁금했다. 처음엔 어느 나라 성당이지? 생각했다. 분명 성당인데 너무나 앙증스럽게 보여 눈길이 갔다. 마치 동화에서나 나올 법한 외형 때문이다. 특히, 보통 성당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모습에 호기심이 갔다. 사진 속의 성당이 진짜 성당일까 하는 의심까지 들었다. 솔직히 말하면 사진을 취미로 하지 않았으면 그냥 스쳤을 것이다.
 

 

사진은 마라도 성당이다.  성당은 전복 껍데기 형상의 지붕, 둥근 돔 형태의 꼭대기에 십자가, 지붕에 유리 천창을 만들어 빛이 내려오도록 설계된 모습이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알고 보니 특별한 외관으로 사진 명소가 된 곳이라고 한다. 성당이긴 하지만 현재는 사제가 상주하지 않는다고 한다. 다행히 관광객들에게 개방하고 있으며, 단체로 미사를 원하는 신자들을 위해 성당 카페를 통해 예약하면 가능하다고 한다.

내겐 너무 멀게 느껴졌던 단어가 성당이었다. 선입관 때문인지 모르지만, 그곳에 가면 왠지 엄숙해진다. 어린 시절 난 성당이 죄지은 사람이 용서받는 곳이라 여겼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황당하다. 마라도 성당을 카메라에 담으며 성당이 이렇게 친근감 있고 동화에 나올 법하게 지어도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이유야 어떻든 친근감 있는 풍경이 나를 이곳에 오게 했다. 

우리나라 도시의 많은 건물이 너무 획일적인 모습을 벗어나지 못하고, 디자인도 별로다. 그저 딱딱하고 어두운 콘크리트 건물이다. 너무 삭막한 공간에 산다는 뜻이다. 대표적인 게 아파트다. 정감이 느껴지고, 건축미나 예술을 고려한 건물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유럽 도시는 오래된 건물을 잘 보존하고 있다. 자부심도 대단하다. 새로 지은 건물은 디자인도 멋진 게 많다. 이제부터라도 눈길이 가고 디자인도 멋진 건물이 많이 늘어났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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