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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라떼별곡

꼬리 물기

by 훈 작가 2023. 5. 2.

요즘은 보기 힘든 놀이가  있다. 꼬리잡기 놀이다. 어린 시절 동네에서 일상화된 놀이 중에 하나다. 같은 또래 친구들과 모여 가위, 바위, 보를 해서 맨 처음 이긴 친구가 머리가 되고 끝까지 진 녀석은 술래가 되어 노는 놀이다. 맨 마지막 가위, 가위, 보에서 술래를 이긴 아이가 꼬리가 된다. 머리가 맨 앞에 서면 나머지 아이들은 차례로 뒤에서 허리를 붙잡고 늘어서고 맨 나중에 꼬리가 붙는다.

 
놀이가 시작되면 술래는 시작과 동시에 머리 앞에서 꼬리를 잡기 위해 소리치며 이리저리 뛴다. 이때 머리는 재빠르게 팔을 벌려 술래 앞을 막아선다. 늘어선 아이들은 술래를 피해 움직이는데 이때 줄이 끊어지면 허리를 놓친 아이가 술래가 되고, 술래가 그 자리에 들어간다. 술래가 꼬리를 잡으면 꼬리는 술래가 되고, 술래는 머리가 되며, 머리였던 아이는 두 번째 자리로 이동한다.

교차로에서 종종 보게 되는 장면이 있다. 꼬리물기 장면이다. 그 장면을 보면서 어린시절 꼬리잡기 놀이가 잠시 스쳤다. 꼬리물기 운전은 녹색신호라도 진입해서는 안 되는데, 이를 무시하고 무리하게 진입해 신호가 바뀐 뒤, 다른 방향의 차량 흐름을 방해하는 현상이다. 운전자는 나름 할 말이 있다. 녹색신호라서 건넜다고 핑계 대면 그만이다. 정체가 뻔히 예견되는 상황에서도 지나가고 보자는 식으로 진입하면 교통상황은 금방 꼬이게 된다.
 
한참 동안 지켜보았다. 차량이 엉키게 되면 경적 울리는 소리가 요란하다. 짜증 날 만한 상황이다. 사실 남의 일이 아니다.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법한 상황이 아닐까 생각된다. 본의 아니게 피해를 주거나 당하게 된다. 서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럴 땐 한 템포 여유를 가졌으면 어떨까 싶다. 조금 빨리 가 보았자 2~3분이다. 자칫 사고라도 나면 더 큰 손해다. 조급함이 우리에게 주는 이익은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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